[미디어펜=김연지 기자]연말이 다가오면서 자동차 업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지만 업계에서는 지나친 할인 경쟁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국내 최대 쇼핑 축제 '2025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대규모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연말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판매 최대 성수기로 실적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다. 각 업체는 쌓인 재고를 정리하고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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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형 그레칼레./사진=마세라티 코리아 제공 |
◆ 국내 완성차, 코세페 활용 대규모 프로모션
현대자동차는 이달 30일까지 12개 차종, 약 1만2000대 규모의 차량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쏘나타·투싼은 최대 100만 원, 그랜저·싼타페는 최대 200만 원, 전기차 아이오닉9은 최대 500만 원이 인하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참여해 G70·G80은 최대 300만 원, GV80은 500만 원까지 할인된다.
기아는 오는 10일까지를 집중 프로모션 기간으로 정했다. 셀토스·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K5·K8·타스만 등 주요 내연기관 모델에는 3% 할인, 전기차 EV3·EV4·EV9에는 5%의 특별 프로모션이 적용된다. 약 5000대 한정 물량으로 일부 모델에는 저금리 금융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된다.
한국GM은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전기 SUV 리릭을 1700만 원 인하해 판매 중이다. 출고가가 1억 원이 넘는 고급 모델로, 가격을 대폭 낮춰 재고 해소에 나섰다. 쉐보레 브랜드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에 최장 60개월, 연 4%대 저금리 할부 옵션을 내놨다.
르노코리아는 인기 모델 그랑 콜레오스를 350만 원, QM6를 490만 원 할인한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하이브리드 구매자에게 계약금 10% 납부 조건으로 48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차량가 10% 할인 중 선택권을 준다.
이처럼 완성차업계는 연말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재고를 정리하려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조사가 재고 부담을 덜고, 구매자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할인 경쟁이 과도해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브랜드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수입차, 판매 부진 타개 위한 '파격 할인'
수입차업계도 연말을 맞아 유례없는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브랜드별 연간 목표 달성 압박이 커지면서 고가 모델 중심의 인하 폭이 커지고 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조치지만, 일시적 판매 부양책이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마세라티 코리아는 연말까지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에 2830만 원의 자체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산 중형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 금액이다. 기존 판매가 1억2730만 원의 약 20% 수준을 할인한 것으로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우디는 2026년형 A3 40 TFSI(출고가 4451만 원)를 600만 원(13.5%) 할인하고, 2025년형 A8은 2600만 원(16%)을 인하했다. BMW는 M4(26년형)를 1150만 원(8.4%) 낮추고, 전기 세단 i7(25년형)은 2600만 원(15.7%) 할인해 1억4010만 원에 판매한다. 벤츠는 2025년형 S-클래스(출고가 2억9160만 원)에 4228만 원(14.5%) 할인을 적용했으며, 전기 SUV EQA(출고가 7000만 원)는 980만 원(14%) 인하했다.
이처럼 대폭 할인이 이어지면서 일부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와 가치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할인은 이미 업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이 이를 예상하고 구매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 실적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반복될 경우 브랜드 신뢰와 수익 기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하보다는 상품성과 서비스 강화로 경쟁해야 산업 전반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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