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대졸 취업난의 여파로 인문계 졸업생의 절반가량이 전공과 상관없는 일자리에 취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문계는 해외 어학연수 등으로 취업준비 비용은 가장 많이 드는데도 취업률은 다른 계열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선임 연구위원이 직능원 기관지 최신호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졸 취업자의 전공 불일치 비율은 2005년 23.8%에서 2011년 27.4%로 6년간 3.6%포인트 상승했다.

계열별로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인문계열 전공 불일치율이 44.9%로 사회(30.5%), 공학(23.4%)계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전공과 무관한 '하향 취업'을 택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인문계의 세부 전공별로는 '기타 유럽어문학'이 55.9%로 가장 높고 이어 독일어문학(55.8%), 프랑스어문학(52.9%), 국제지역학(51.5%), 스페인어문학(50.4%), 역사·고고학(48.7%)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불일치율이 가장 낮은 전공은 문헌정보학(26.0%), 종교학(26.6%), 심리학(30.5%), 영미어문학(33.2%), 국어국문학(34.5%) 등이었다.

인문계와 다른 계열 간 취업률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인문계 취업률은 79.7%로 사회(81.8%), 공학(87.8%)계열과 최대 8.1%포인트 차이가 났다.

전공별 취업률은 문헌정보학(86.0%), 기타 유럽어문학(85.6%), 종교학(85.6%), 교양인문학(84.3%), 독일어문학(83.8%) 순으로 높고 언어학(69.3%), 철학·윤리학(74.3%), 일본어문학(77.4%) 등의 순으로 낮았다.

이처럼 타 계열보다 낮은 취업률에도 어학연수 등으로 취업 준비 비용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시험 준비,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합해 평균을 낸 결과 인문계 졸업생은 1인당 745만6000원으로 사회(495만8000원), 공학(507만5000원)계열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보고서는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취업난 탓에 '인문계 기피'로 옮겨갔다는 우려가 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GOMS) 원자료를 토대로 1차 조사 연도인 2005년부터 2011년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오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 정책은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학을 독려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대졸자 집단 중 상대적 취약 계층인 인문계 대졸자에게 특화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