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6 N을 통해 전기차의 '한계'를 깼다. N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 모델은 고성능 DNA를 전기 플랫폼 위에 정밀하게 얹은 결과물이다. 아이오닉 6 N은 소리와 감각, 그리고 기계적 긴장감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전기 세단이다.
아이오닉 6 N은 코너링 악동·트랙 주행 능력·일상의 스포츠카라는 N의 3대 상품 철학이 그대로 이어지면서도 한층 성숙한 주행 완성도를 보여준다. 고출력 퍼포먼스 속에서도 차체의 안정감과 예측 가능한 거동을 확보해 '짜릿하지만 정제된'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N 브랜드가 다음 10년을 향해 제시한 고성능 전동화의 방향이 이 한 대에 응축돼 있다.
최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아이오닉 6 N을 직접 주행했다. 행사는 공도 주행, 슬라럼·카빙코스·드래그 체험, 그리고 3.4㎞ 서킷 주행까지 이어졌으며 실제 개발진이 참여한 기술 Q&A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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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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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김연지 기자 |
아이오닉 6 N은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78.5㎏·m(약 770Nm)를 발휘한다. 수치만 보면 아이오닉 5 N과 비슷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오닉 5 N이 날것의 폭발력을 가진 '야생마'였다면 아이오닉 6 N은 더 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적토마'다.
첫 코스는 일반도로 22㎞를 달리는 구간이었다. 주행 모드를 에코·노멀·스포츠로 바꿔가며 달렸다. 모드별로 서스펜션 강성, 스티어링 감도, 동력 전달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향 응답이 예리해지고, 차체가 한층 긴장감 있게 반응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첫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차가 예상보다 부드럽게 라인을 따라 흘렀다. 5 N에서 느꼈던 즉각적이고 거친 반응 대신, 스티어링을 돌린 만큼만 정직하게 움직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스트로크 감응형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의 진가가 드러났다. 충격이 차체로 전달되기 전 댐퍼가 즉시 감쇠력을 조절해 부드럽게 흡수했다. '쫀쫀하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고성능차 특유의 단단함은 유지하면서도 일상 주행에서도 불편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였다. ECS는 네 바퀴 각각의 높이를 측정하는 하이트 센서를 통해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덕분에 노면 충격이 빠르게 흡수되고 차체 균형이 즉각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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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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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 스티어링휠./사진=김연지 기자 |
다목적 주행 코스로 이동해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됐다. 슬라럼 구간에서 스티어링을 좌우로 재빠르게 조작하자, 롤 센터를 낮춘 설계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차체가 좌우로 기울 때에도 타이어 접지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운전자가 의도한 라인을 정밀하게 따라갔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스티어링이 살짝 가벼워지는 로직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전자식 파워스티어링(MDPS)의 어시스트 토크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줄여, 운전자가 접지력 변화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설정 덕분이다. 덕분에 차량의 거동을 빠르게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수정 조타로 이어갈 수 있었다.
이번 시승회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6 N 카빙 코스는 아이오닉 6 N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슬라럼, 큰 서클, 작은 서클, 리버스턴 등 복합 동선을 N 트랙 매니저로 기록하며 주행했다. 캐스터 트레일이 늘어나면서 스티어링 복원력이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코너링 후 운전대가 부드럽게 중립으로 돌아오며, 스티어링이 손에 붙어 있는듯한 응답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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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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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 NGB 버튼./사진=김연지 기자 |
고속주회로에서는 드래그 체험이 이어졌다. N 런치컨트롤을 활성화하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은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랠리카를 연상시키는 점화음과 함께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2초, 숫자로만 보던 수치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가속페달을 95% 이상 밟으면 N 그린 부스트(NGB)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별도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페달 조작만으로 최대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이 후륜에서 최고 303㎾의 출력을 쏟아내며 최고속 257㎞/h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N e-시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의 조합은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이그니션' 사운드는 WRC 랠리카의 내연기관 폭발음을, '라이트 스피드' 사운드는 제트기처럼 속도감 있는 전자음을 들려줬다. 변속 타이밍을 알려주는 앰비언트 쉬프트 라이트가 깜빡이며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했다.
젖은 원선회 코스에서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NDO)를 시험했다. 이니시에이션(회생제동 토크 조절), 앵글(ESC 제어), 휠 스핀(TCS 제어) 3개 항목을 각각 10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개발진은 '3-9-9' 세팅을 추천했지만, 숙련자는 '10-10-10'으로 완전 후륜 구동 세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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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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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 6 N./사진=현대차 제공 |
아이오닉 5 N에서 처음 선보인 이 기능은 아이오닉 6 N을 통해 한층 발전했다. 구동력을 앞뒤로 세밀히 배분해(최대 후륜 100%) 드리프트 제어를 돕는다는 기본 목적은 같지만 운전자의 설정 자유도를 대폭 넓혀 더 쉽게 드리프트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드리프트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NDO 개입 수준을 바꾸며 차량 반응이 달라지는 과정을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다. 보조 개입이 자연스러워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고, 주행 중에도 기능을 바로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마지막은 총길이 3.4㎞, 좌9·우7개 코너로 구성된 마른 노면 서킷 주행이었다. 직선보다 코너가 많아 N의 코너링 성능을 시험하기에 적합했다. 첫 랩에서 느낀 건 '안정감'이었다. 고속 코너링 중에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을 정확히 따라갔다. N 페달을 활성화하면 가속페달을 떼는 순간 강한 회생제동이 걸리며 하중이 앞으로 이동해 노즈가 코너 안쪽을 파고든다. 동시에 e-LSD가 좌우 구동력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모션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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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6N 드리프트 스펙 차량./사진=김연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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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오닉6N 드리프트 스펙 차량./사진=김연지 기자 |
서킷 주행까지 마치고 나니 "야생마가 적토마가 됐다"는 표현이 실감났다. 아이오닉 5 N이 즉각적이고 민첩한 반응으로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했다면, 6 N은 한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거동으로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준다. 더 빠르게 달릴 용기를 주는 차다.
아이오닉 6 N은 단순히 빠른 전기차가 아니다. 650마력의 폭발적인 출력을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다룰 수 있도록 정제한 차다. 롤 센터 하향, 캐스터 트레일 증대, 스트로크 감응형 ECS 등 복합 기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일상에서는 편안하고 트랙에서는 정밀한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현대차가 10년간 쌓아온 N 브랜드의 노하우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원석을 세공해 빛나는 보석을 만들었다'는 개발진의 말처럼, 아이오닉 6 N은 야생마의 폭발력과 적토마의 정밀함을 동시에 품은 전기 고성능차의 새로운 표준이자, 현대 N의 차세대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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