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공지능(AI)기본법'이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금융분야도 해당 법안의 영향을 일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서는 고위험사례를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해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는데, 금융권에서는 '대출심사'가 이에 해당될 전망이다. 하지만 법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규제범위를 확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논단 '인공지능기본법 하위법령(안)의 금융분야 시사점과 개선방향'에 따르면 AI기본법은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은 권리·의무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험 사례를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하고, 해당 사업자에게 영향평가 등 다양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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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기본법'이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금융분야도 해당 법안의 영향을 일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서는 고위험사례를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해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는데, 금융권에서는 '대출심사'가 이에 해당될 전망이다. 하지만 법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규제범위를 확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이미지 생성=뤼튼 |
특히 고영향 인공지능 규제는 금융회사가 주의해야 할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해당 법의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이드라인에서 거론된 '대출심사'는 금융회사가 개인의 신용이나 담보자산 등을 평가해 신용공여를 심의·결정하는 업무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출심사 과정에서 AI 시스템이 최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최종결정을 할 경우 자동으로 고영향에 속하게 된다.
문제는 '상당한 영향'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가령 AI 시스템을 활용한 프로파일링 결과를 은행원이 단순 참고만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상당한 영향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 가이드라인상 신용공여의 범위도 모호하다. 신용공여에는 신용대출, 담보대출, 카드론 등 직접 대출 외에도 지급보증, 신용보증, 후불결제(BNPL), 자동차 할부금융 등 리스·할부·연체결제 구조까지 모두 포함되는 까닭이다.
더욱이 대출심사 과정에는 △대출상담 △본인확인 △신용평가 △담보물 감정 △여신 적격 심의 등 다양한 업무가 포함돼 있어, 모든 프로세스에 AI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고영향 해당 여부를 과기부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과기부장관은 필요 시 50인 이상의 전문위원회 풀에서 5인으로 구성된 회의를 열어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 규제당국의 AI 관련 공무원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고, 당국의 신용평가 관련 업무 방향과 고영향 판단이 상충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 대출심사 외 △보험 가입심사 △보험료 산정 △사기탐지시스템(FDS) 등에도 해당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부처 간 이해상충 문제 및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 간 책무분담도 문제 소지로 거론됐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법안 기준의 모호성, 책무범위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 AI기본법이 회색지대가 넓고, 금융권의 AI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영향 지정 및 사업자 책무가 과기부의 감독을 받는 형태로 돼 있고, 시행령 조항은 관련 법률들이 열거식으로 나열돼 있어 △신용정보법(신용평가)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전자적 투자조언장치)등이 포함되지 않는 까닭이다.
세계 최초로 AI법안을 실시한 유럽연합에서는 금융 분야의 인공지능사업자들이 기존 EU의 금융 규제체계를 따르도록 해 혼란을 최소화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연구원은 AI 기본법을 좀 더 정교하게 구체화하는 한편, 금융사들이 각사의 거버넌스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고서를 집필한 백연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과 같은 세부 분야의 AI 활용 감독을 기존 규제체계와 어떻게 조화시키며 절차적 효율성을 달성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미시적으로 이용사업자와 개발사업자 간 구분 및 고영향 판단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기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발표된 인공지능기본법 하위 법령(안)에 재량 여지가 많고 판단 기준이 모호해 잠재적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회사 내 거버넌스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며 "고영향으로 지정될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식별·관리하고, 회사 내부 위험관리체계 및 모니터링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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