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 대한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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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한 주(3~7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7조2637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2000년 이후 주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전 역대 1위 기록은 지난 2021년 8월 둘째주 기록한 7조454억원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3일 이후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특히 지난 4일 순매도액(2조2280억원)은 일별 기준으로 2021년 8월 13일(2조699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특히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외국인 순매도 1, 2위 종목 모두 반도체주로 SK하이닉스를 3조7151억원어치, 삼성전자를 1조502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들 두 종목에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도액의 72%가 쏠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서운 매도세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꼽힌다. AI 거품론에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파른 원화 약세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9.2원 오른 1456.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2%나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도 휘청거렸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무려 3.7%나 빠졌다. 지난 5일에는 2.8% 넘게 급락하며 ‘검은 수요일’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이날 코스피에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리(사이드카)가 발동되기까지 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이 역대 최장기간을 갱신하면서 경제 영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상승 모멘텀과 기대감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매물 소화 과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근접해 상방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수급 방향성이 일시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인 증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단기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단기 과열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에 가깝다”면서 “환율 안정과 금리 완화 시그널이 확인되면 12월 중순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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