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스킨과 로션으로 대표되던 남성 화장품 시장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탈모·톤업·안티에이징까지 세분화되며, 제조 대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20대 남성 절반이 메이크업을 하고 그 중 17%는 매일 화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관리하는 남성'이 K-뷰티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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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브영 김포공항점 전경./사진=김성준 기자 |
1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조1700억 원 규모에서 2029년 1조23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1조원을 넘어선 시장은 '틈새'가 아니라 성장 핵심축이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국내 대표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있다. 이 두 회사는 '남성 피부 과학'을 앞세워 제품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남성 맞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팀'을 신설했다. 남성의 피부는 피지 분비량이 많고 면도 등 물리적 자극에 자주 노출되며 세균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여성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피지 조절, 모공 개선, 트러블 완화에 특화된 원료를 적용한 남성 전용 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남성 피부의 생리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제품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라며 "한국 기술이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가시화 단계다. 코스맥스가 개발한 남성용 톤업 크림과 자연광 쿠션 파운데이션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ODM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남성 화장품'이 아니라 각국의 피부색·기후·문화적 뷰티 코드에 맞춘 '글로벌 맞춤형 ODM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전략은 '남성 뷰티의 기술화'다. 기초화장품 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 피부 과학 중심의 R&D 경쟁력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한국콜마는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남성과 여성의 장과 두피를 구성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를 밝혀냈다. 이 연구는 단순한 피부 관리가 아니라, 남성 생체 환경 전반의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첫 시도다.
한국콜마는 이를 기반으로 스트레스성 탈모, 비듬, 두피 가려움 등 남성 특유의 고민을 타깃으로 한 탈모 샴푸·트리트먼트·앰플 라인을 개발했다. 여기에 남성용 안티에이징, 미백 등 기능성 성분을 결합한 올인원 스킨케어 라인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남성 피부와 두피는 피지선 활동이 왕성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며 “신뢰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탈모 조절이 가능한 소재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콜마의 전략은 ‘남성의 생리적 특성’을 과학으로 규명하고, 이를 근거로 한 기능성 제품군 확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곧 ‘남성 전용 기술 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구축과 맞닿아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남성 라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산업의 기술 기반을 움직이는 축은 ODM 기업들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국내외 뷰티 브랜드들이 제품을 기획할 때 이들 ODM의 연구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ODM의 방향이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시장의 핵심은 ‘감성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과 과학’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뷰티 산업의 화두는 '젠더리스'였다. 성별 구분을 허물고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다시 '정교한 세분화'로 이동 중이다.
남성 피부와 두피의 특성, 남성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패턴이 여성과 다르다는 점이 명확히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남성 전용 라인’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남성 뷰티 시장의 성장세는 K-뷰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고 있다. ODM 중심의 기술 투자,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 생명과학 기반의 피부 분석 등은 향후 '기능성 뷰티 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ODM 기업들이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남성 시장 확대는 단순 트렌드가 아니라 K-뷰티 산업의 구조적 진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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