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탄소배출권·수출장벽 ‘3중고’… 톤당 20달러 비싼 전기로 철강재
빅2 향후 5년간 3조원 추가 부담 전망… K-스틸법도 국회 표류 중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소환원제철 등 전기로(EAF) 전환에 나설 본격적인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전기요금과 더불어 기존 고로(BF–BOF) 제철소 대비 비싼 생산 단가로 인해 친환경 전환에 대한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 포스코 경북 포항제철소 제2고로./사진=포스코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가파르게 올라 산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산업용 전기 요금 판매 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68.17원으로 2021년(105.48원)보다 60% 올랐다.

과거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미국(약 121.5원/kWh)이나 중국(약 129.4원/kWh)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철강처럼 24시간 대량 설비 가동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1원/kWh가 연간 수백억 원의 추가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출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철강 수입에 대한 관세를 강화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미 회담 후에도 50%의 관세가 유지됐다.

유럽연합(EU)은 철강 무관세 수입 할당량을 지난해 대비 약 50% 수준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는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최대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한국 철강사의 수출 전략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도 국내 시장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중국이 최근 들어 정부주도의 감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내수시장에 저가 물량이 유입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하락 및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같이 ‘원가 상승’, ‘수출장벽’, ‘내수경쟁’이라는 3중고로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과 감산이라는 선택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 대책 마련에도 힘을 쓰고 있다. 예컨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맞춰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다만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글로벌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 제강 플랜트 단위에서 전기로 방식의 톤당 평균 생산원가는 US$581/톤인 반면 기존 고로 방식은 US$561/톤으로 보고됐다.

이는 전기로 기반 친환경 전환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으나 비용 측면에서는 아직 고로 방식 대비 우위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이 내년부터 기존 10%에서 15%로 상향되면서 향후 수년 간 철강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빅2 철강사는 향후 5년 간 약 3조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철강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최근 구조조정 및 수출지원 인프라 확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저탄소 기술 전환 지원, 금융·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을 골자로 K-스틸법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발의 후 통과가 정쟁으로 인해 미뤄지는 상황이다.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건설업계 등 후방 산업의 불황 속에서 수출에 이은 내수 부진은 친환경 전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로의 전환 자체는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이나 지금 우리가 겪는 비용·시장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산업 보호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이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