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9일 장고 끝에 '혁신 전당대회' 카드를 당 내홍 돌파수로 꺼내들었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혁신전대를 통합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역제안한 것이다.

특히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에 자신과 문 대표가 모두 참여할 것을 주문하면서문 대표와의 정면승부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사실상 차기 대권경쟁의 조기점화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지도체제 논의가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온 것과 달리 안 전 대표가 지도부 교체를 골자로 한 혁신전대론을 꺼내든 것은 표면적으로 문안박 연대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안박 연대는 '빅3'가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합의에 따라 통합하는 형식일 뿐이어서 해묵은 계파 간 갈등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토록 주장한 혁신안 실천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의 발로인 셈이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론 수렴결과 문안박 연대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며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계파 보스나 특정인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뿐"이라고 혁신전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안 전 대표가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이 강하다. 그는 2012년 대선 국면 때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까지 오르며 바람몰이를 했지만 현재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며 야권 3위 후보로 처진 상태다.

문안박 연대를 수용하면 총선에서 이겨도 문 대표의 공으로 돌아가 안 전 대표의 노력이 반감되고, 최악의 경우 참패할 때 문 대표와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등 독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좌고우면하면서 막판에 물러서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 등 중요한 순간에 대승적 결단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에 시달려야 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대선출마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정치를) 알 것 같다"고 밝혔고, 주변에도 더 이상 '안 철수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선택은 문 대표 사퇴와 전대 개최를 요구해온 비주류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가 전대를 염두에 두고 비주류와 손을 잡았다는 관측도 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 문안박 연대 불가 의견을 전달해 왔다. 공교롭게도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교체는 비주류인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제시한 안이어서 공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만 할 경우 당의 벼랑 끝 위기 상황을 외면했다는 책임론을 의식해 대안으로 혁신 전대를 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을 계기로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안 전 대표는 오는 30일에는 광주에서 혁신토론회를 개최, 혁신에 대한 추가 메시지를 제시하는 한편 1박 2일간 광주에서 지역 민심과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