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완료 후 2시간째 멈춘 배달…낮은 단가에 흔들리는 배달망
배달료 하락 체감 속 수락률 압박…‘공백 배달’ 악순환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 A씨는 ‘조리 완료’ 알림을 받은 지 2시간이 지나도록 배달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매장을 찾아갔다.  직접 매장에 확인한 결과, 배달기사가 콜을 잡지 않거나 배정 후 취소해 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 배달기사들이 낮은 배달 단가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콜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기사들이 낮은 배달 단가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콜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개월 사이 라이더 커뮤니티(배배배, 배달세상 등)에는 "건당 배달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단가' 관련 게시물이 한 달 평균 수십 건 이상 게시될 정도다.

지난 9월 경북 경산시 지역에서 배민커넥트 콜이 건당 940원으로 책정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플랫폼 측은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1000원대 콜도 뜬다"는 글이 달렸다.

10월 이후에도 "1㎞ 배달에 2100원 콜이 나왔다", "2000원대 초반 단가는 받기 어렵다"는 게시글이 다수 확인됐다.

서울권에서 활동하는 한 라이더는 “2000원짜리 콜을 타면 픽업·대기·이동까지 합쳐 15분 이상 걸리는데, 이러면 시급이 8000원도 안 된다”며 “최소 3000원은 돼야 수락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요즘은 단가 낮은 콜은 그냥 흘린다”며 “이러다 보니 배달이 계속 지연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단가 하락뿐 아니라 평가제도 강화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 배민이 최근 콜 수락 제한 시간을 1분에서 40초로 단축하고, 자동취소가 수락률에 반영되도록 하면서 라이더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단가와 짧은 수락 시간 규정이 맞물리면서, 배차 지연 → 배정 취소 → 재배차 반복이 발생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리 완료 후 배달 지연’ 같은 배달 공백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더들은 단거리 배달이라도 3000~4000원대는 돼야 '받을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픽업 이동, 음식 수령 대기, 주차·엘리베이터 이동 등을 고려하면 한 건당 최고 12~15분이 걸리고, 2000원대 단가로는 유류비와 장비비를 제하면 사실상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라이더들은 "단거리인데도 2000원 초반으로 책정됐다"며 "거리, 대기시간, 위험부담을 감안하면 실수익이 안 남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민 측은 “배달료는 거리·시간·기상조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이나 시간대에서는 단가가 오히려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작하지 않고 무응답 시 거절되는 상황에서는 거절횟수에 반영되지 않고(자동 취소), 상세 화면을 확인 후에 무응답의 경우만 거절 횟수에 포함하고 있다"며 "수락률과 연계된 등급제, 프로모션은 당사에 운용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940원 콜은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였으며, 해당 건은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달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 기사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단가 하락 체감 이후 배달 지연이나 취소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가맹점·라이더 모두 불만이 커지는 삼각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배달이 ‘조리 완료 후 멈춘 상태’로 장시간 지속되는 현상은, 플랫폼 구조의 신뢰도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가가 낮은 상황에서 수락률·시간까지 관리하면 기사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콜을 안 받는 ‘수동 저항’이 늘어날 수 있다"며 "그동안 배달 수수료에 대해 입점업체나 라이더의 애로 사항만이 논의돼 왔지만 충분한 소비자 편익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소비자 이탈의 풍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