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 신용대출, 10월 실적 훨씬 웃돌아…예금 인출도 급증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코스피가 이달 3일 사상 첫 4200을 돌파하는 등 이른바 '불장 랠리'가 계속되면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들어 대형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조 2000억원 급증했는데, 이미 지난 10월 한 달 간 실적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여파로 최근 은행 예·적금을 해약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는데, 증시 활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빚투가 심화될 조짐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91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말 104조 7330억원 대비 약 1조 1807억원 증가한 값인데, 일주일 새 10월 한 달 증가액 9251억원을 크게 웃돈 셈이다. 

   
▲ 코스피가 이달 3일 사상 첫 4200을 돌파하는 등 이른바 '불장 랠리'가 계속되면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들어 대형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조 2000억원 급증했는데, 이미 지난 10월 한 달 간 실적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여파로 최근 은행 예·적금을 해약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는데, 증시 활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빚투가 심화될 조짐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일반적으로 신용대출 잔액은 변동성이 큰 편인데, 7일까지 증가폭 만으로도 지난 2021년 7월 증가폭 1조 8637억원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대출 종류별로 보면 지난 7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1조 659억원 급증했고, 일반신용대출은 1148억원 늘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최근 코스피 지수 급등을 계기로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 대거 뛰어든 까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초 4200선을 돌파했다가 인공지능(AI) 업종 과대평가 우려로 조정받으면서 최근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역설적으로 순매수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코스피가 장중 약 6% 이상 급락해 3800대까지 밀려났던 지난 5일에는 하루 새 마통 잔액이 약 6238억원 폭증했다. 

이는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꼽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2165억원을 기록해 지난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빚투와 더불어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도 대거 인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포함) 잔액은 647조 8564억원으로 한 달 새 약 21조 8675억원 급감했다.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실질금리(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은행 예금금리)가 사실상 0에 수렴하고 있고, 증시 활황에 힘입어 은행 예금을 대거 주식 계좌로 옮기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AI 열풍으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가 조정이 왔지만, 코스피가 4000대에 안착하며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감소세를 보이는 주담대와 달리 신용대출 수요는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투자자,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수요 등이 더해져 당분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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