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HD현대 건설기계 부문, 올해 들어 북미 매출 감소
HD현대는 아프리카, 중동, 남미 시장 공략해 영향 최소화
두산밥캣은 미국 의존도 높아…장기적으로 현지 공장으로 영향 ↓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건설기계 업계가 미국 관세 영향에 희비가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밥캣은 미국 내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판매 감소에 직면한 반면 HD현대는 신흥국가로의 판매를 늘리며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관세 리스크 완충에 효과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이 신흥시장을 공략하며 미국 관세 영향으로 판매 부진을 만회했다. 사진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시장 주력 모델인 36톤급 디벨론 대형 굴착기./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올해 3분기 누적 북미지역 판매액은 33억1142만 달러(약 4조8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5억1393만 달러(약 5조1500억 원) 대비 5.8% 감소한 수치다. 

HD현대건설기계는 3분기 누적 북미지역 판매액 629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6610억 원보다 4.8% 줄었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매출에 영향…HD현대, 신흥국가로 만회

양사 모두 북미지역에서 판매가 감소한 것은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 등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3분기 들어 관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면서 북미지역 판매가 늘었지만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관세 영향은 두산밥캣이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밥캣이 3분기 누적 전체 매출은 6조41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4089억 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산) 3분기 누적 전체 매출은 6조1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8242억 원 대비 5.8% 증가했다. 양사 모두 북미지역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두산밥캣은 북미 의존도가 높은 반면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적극적으로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펼치면서 실적이 엇갈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전체 매출에서 북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약 20% 수준으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가에서 판매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북미지역 판매 감소를 만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밥캣도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으로 공략을 넓히고 있지만 북미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단기 실적에 제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감축한 것도 매출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HD현대는 현지 밀착형 영업·서비스 체계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였으며, 이는 판매가 늘어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두산밥캣, 현지 생산 공장으로 관세 리스크 낮춘다

다만 두산밥캣은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은 미국에만 7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유럽, 중국에도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전체 생산물량의 약 70% 수준이다. 이에 미국의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강화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게다가 다른 건설기계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점에 도래했다는 점도 두산밥캣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았던 재고들이 대부분 소진됨에 따라 판매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실정이다. 

상호관세에 8월 이후 적용된 철강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까지 감안하면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의 관세율은 18.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HD현대도 내년부터 북미에서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다른 국가의 업체들도 관세 영향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하는 두산밥캣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미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국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력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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