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로 몰리는 LCC, '틈새' 노린 승부수
과열 경쟁에 수익성 악화…'치킨게임' 재연 우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4분기 실적 반전을 위해 다시 일본 노선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 소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노선을 잇따라 개설하며 회복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지만, 운임 경쟁이 과열되면서 '출혈 경쟁'의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 등 주요 LCC들은 일본 노선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여름·가을 성수기 부진을 겪은 LCC들이 찾은 해법은 결국 일본이다. 고금리와 환율 부담으로 장거리 노선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비행시간이 짧고 공항 이용료가 저렴한 일본 노선이 안정적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일본 여행은 지리적 접근성과 지속적인 관광 수요 덕분에 높은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도시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FSC까지 좌석 공급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 상태다. LCC들은 오사카·도쿄 등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 대신 소도시를 공략해 틈새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정부도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LCC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 중이다. 97개 공항 가운데 28곳을 거점 공항으로 선정해 착륙료 할인, 시설 개선, 해외 항공사 유치 지원금 등을 제공하며 지방 노선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1일 인천-가고시마 노선을 매일 운항하는 정기편으로 개설한다.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는 온화한 기후로 사계절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이 항공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도쿠시마 노선을 취항해 연평균 탑승률 80%를 기록하며 일본 지방 노선의 수요를 확인했다.

에어서울은 12월부터 인천-요나고 노선 운항 횟수를 주 4회에서 매일 운항으로 늘린다. 돗토리 사구와 온천 관광지로 인기 있는 요나고 노선은 에어서울이 독점 운항 중이다. 에어부산도 지난 10월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부산-나가사키 노선을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주 3회 정기편으로 확대 운영한다.

진에어는 올해 4월 인천-이시가키지마 노선을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5월부터 단독 취항한 미야코지마가 에메랄드빛 바다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자, 같은 오키나와권 섬인 이시가키지마로 노선을 확장한 것이다. 제주항공 역시 6월 인천-하코다테 노선을 단독으로 개설하며 첫 운항 탑승률 97.4%를 찍었다.

문제는 단기 실적 개선을 노린 가격 경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탑승률 확보를 위한 항공권 할인 경쟁이 반복되며 LCC 간 '치킨게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일본 노선의 총액운임은 편도 5만~7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초저가 운임이 재출현했다. 주말 항공권마저 특가로 쏟아지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연료비·공항 사용료·엔화 강세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노선은 탑승률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시장이라 일정 수준의 프로모션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매출 대비 이익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본 집중이 단기 생존 전략에 불과하며,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출혈 경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단 현대화, 부가서비스 다각화, 정비사업(MRO) 진출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며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LCC 업계 전체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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