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들 기사질 높여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워렌 버핏이 얼마 전 26개의 신문을 추가로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것도 전부 로컬지를 인수했다. 미국 금융가의 탐욕을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워렌 버핏과 얼마 전 죽은 스티브 잡스 같은 끊임없는 혁신가들이 미국에서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미국이 당분간 세계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취재를 제대로 하는 좋은 신문들이 예전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다시 회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왜냐하면 함량 미달의 정보들이 홍수를 이루고 홍보인지 기사인지 모를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제 정보의 피로 현상을 느끼고 있어 고품질 기사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지만 적어도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고품질의 기사를 찾는 경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정보의 실수요자로 워렌 버핏만한 사람들이 있겠는가. 버핏은 정보를 갖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이다. 아마도 버핏만큼 정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신문의 정보에 가장 높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또 왜 로컬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가. 로컬지야말로 기자들이 발로 뛴, 오리지널한 기사들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요즘 중앙지와 인터넷, TV뉴스, 통신사 뉴스를 보면 서로 베끼고 있어서 누가 맨 먼저 썼는지도 알 수 없고, 사실 기자들이 처음 쓴 발굴한 기사들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신문의 정보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취재에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취재에 일정한 정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질을 높아진다. 이런 걸 반복하면 자연히 취재 기술과 연륜이 쌓이면서 신문기사의 질은 높아진다. 이에 비해 방송과 인터넷 뉴스매체는 항상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취재가 덜 상태에서 기사를 올리기 쉽다. 물론 방송의 경우에도 다큐와 심층 취재물은 신문에 못지 않은 품질의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기사의 고품질을 추구하려면 간단하다. 훌륭한 기자들을 좀더 많이 채용하고 그들에게 취재시간을 많이 주면 된다. 하지만 오늘날 언론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까닭에 기자들에 대한 투자는커녕 비용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 비해 기사 양은 엄청나게 늘어난 반면 취재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어 기사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웨일즈의 카디프 대학이 2008년에 영국의 유력지 5개사의 기사 2000개를 분석한결과 기사의 12%만이 기자들이 오리지널로 취재한 것이고 나머지는 보도자료 등을 이용한 2차 가공물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1985년에 비해 3배나 많아진 기사의 양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신문 기사들도 꼼꼼하게 분석하면 영국의 경우보다 더 나으리란 보장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오리지널하고, 심층적인 기사는 신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음은 틀림없다.
워렌 버핏이 신문산업에 청신호를 보내자, 공짜로 뉴스를 제공하는 온라인매체들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공짜 뉴스로 신문들이 다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도 신문은 발행되고 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신문이든 온라인 뉴스이든 모두 어려운 가운데 각각 작은 영역을 차지하는 형태로 정착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기사의 유무료 논쟁은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무료로 기사를 제공해서 회사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도 비즈니스 모델이고, 신문은 유료로 온라인은 무료로, 아니면 온라인의 유무료 혼용형태로 해서 버텨낼 수 있으면 새로운 생존모델인 것이다.
정보를 가장 잘 아는 버핏은 신문 정보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고, 온라인으로만하는 것보다는 신문이란 형태를 주력으로 하면서 신문사 온라인의 유무료 혼용 모델이 현실적인 수익모델로 정착하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버핏은 소위 인터넷 전문가들의 현란한 분석과 잘난 척하는 논쟁에는 끼어들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신문은 잘만 만들면 그 자체로 팔릴 수 있지만 온라인 뉴스는 돈을 회수할 방법이 불투명하게 본 것이다. 그는 ‘지속가능성’에서 일단 ‘신문’을 평가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필자도 그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나를 포함해 모든 것들은 ‘생물’처럼 변하기 마련이다.
요즘 무가지들이 어려워져 기자를 포함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탈출구는 오로지 하나다. 스마트폰의 실체를 인정하고 무가지에서만 볼 수 있는 뉴스와 정보를 발굴해야 한다. 무가지가 어렵다고 협찬사업에 주력한다든지 비용 줄이기만 해서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기왕에 지난 10년간 확보한 지하철 공간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모바일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기사의 공급뿐이다. 어렵다고 기자들을 자를 게 아니라 오히려 취재기자들을 더 늘리고 출퇴근 직장인들을 위한 알찬 정보를 제공할 때 무가지를 찾으리라고 본다. 현재와 같은 다매체 시대에는 자기 시장 지키기에 일단 올인해야 한다.
우리가 언론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기업의 경쟁력뿐만아니라 그 사회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과도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력지들이 방송사업에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성격이 다르다. 신문은 정보업종이지만 방송은 엔터테인먼트업종이다. 그러므로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현재를 놓고 종편 실패를 논하기엔 이르다. 다만 국내외적 불황 속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들이 신문사업에 더 애착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WSJ과 NYT처럼 기사의 질로 승부하는 시도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워렌 버핏의 무더기 신문 인수에서 느끼는 감회이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