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화장품을 설계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피부 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데이터 ODM' 실험에 나섰다. 전통 제조기업이 뷰티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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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맥스의 CES 2026 뷰티테크 수상작 '맥스페이스'./사진=코스맥스 제공 |
13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CES 2026 뷰티테크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며, 맞춤형 뷰티 디바이스 ‘맥스페이스(maXpace™)’를 공개했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피부 상태, 습도, 생활습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화장품 제형을 추천·조합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다시 새로운 화장품을 설계하는데 쓰이는 구조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AI가 피부를 이해하고 알고리즘이 제형을 설계하며 공장이 실시간으로 생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그간 글로벌 600여 브랜드의 제품을 위탁 생산해온 ODM 기업이다. 연간 생산량은 7억 개를 넘는다. 그러나 올해부터 회사의 핵심 키워드는 ‘Making(제조)’이 아닌 ‘Linking(연결)’이다.
'데이터 ODM'은 그 변화의 핵심 개념이다. AI가 수십만 건의 처방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의 피부 상태·환경·생활습관에 맞는 제형을 자동으로 설계하는 모델을 뜻한다.
소비자가 가정용 진단기기나 앱을 통해 보낸 피부 데이터는 코스맥스의 R&D(연구개발) 서버로 전송되고 자동 처방 시스템을 거쳐 맞춤형 화장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공장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이를 즉시 반영해 소량 다품종 생산을 수행한다.
화장품 ODM 산업은 오랫동안 제조 효율성과 공정 기술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AI와 데이터 기술이 도입되면서 경쟁의 중심은 ‘생산력’에서 ‘데이터 해석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2년간 AI 기반 제형 추천 엔진을 고도화하고, 피부 진단 스타트업·AI 분석 기업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화장품 개발의 중심이 실험실이 아닌 데이터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ODM은 단순히 브랜드의 주문을 받는 제조사가 아니라, 소비자 데이터와 제품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코스맥스의 시도를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으로 평가했다.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반도체 산업이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확장된 것처럼, 화장품 산업 역시 제조에서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AI가 제안한 제형의 안전성·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는 규제기관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 또 소비자의 피부 데이터가 개인정보와 바이오데이터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안·윤리 관리 체계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AI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신뢰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AI가 설계한 제품이 시장에서 통용되기 위해선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와 데이터 관리 규제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 4500여 곳을 통해 매년 80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효율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향후 화장품 처방과 생산 기술을 AI화하고 로봇 자동생산과 연결하는 등 제품 개발부터 생산, 품질, 법규 대응까지 고객사를 지원하기 위한 올어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K뷰티 세계화에 일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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