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할·서비스중단·계약해지 등 9개 유형 불공정 조항 적발
1668개 약관 점검… 반복 사용된 관행 바로잡아 소비자 보호 강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사용하는 약관 1668개를 점검한 결과,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재판관할 조항 등 9개 유형 46개 조항을 확인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신용카드와 리스·할부 등 일상 금융거래에서 반복되는 불공정 조항을 바로잡아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위는 이번 심사가 신용카드사와 리스·할부금융사, 겸영여신사 등 여신전문금융 분야 전반의 실무 약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심사 결과 올해 제·개정된 약관 1668개 가운데 46개 조항이 소비자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문제는 재판관할을 사업자 본점 소재지 등으로 정하도록 한 조항이었다. 공정위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취지를 반영해, 비대면 금융상품 계약 관련 소송은 금융소비자 주소지 법원을 전속관할로 해야 한다며 해당 조항의 시정을 요구했다. 금융기관에 비해 소송 수행 능력이 취약한 소비자에게 분쟁 해결 문턱을 높이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를 근거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제휴사 사정만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거나 적립·할인 혜택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이 이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급부 내용을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리스 계약에서는 지급금에 대한 반소 청구나 상계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급금은 어떤 경우에도 공제 없이 납부해야 하고 다른 분쟁과 무관하게 지급 의무가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법률상 보장된 항변권과 상계권을 배제하는 것은 공정거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해지 사유 규정 △해외결제 국제브랜드 수수료의 자의적 변경 △고객 부작위에 대한 의사표시 간주 △유가증권 공고 미통지 책임 전가 △가족카드 사용 책임 전가 △재고금융차량 이동 제한 등도 불공정 유형으로 분류됐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요청을 통해 신용카드와 리스·할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금융거래에서 반복 사용되던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사업자에 시정조치를 내리면 약관 개정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다.

공정위는 은행 분야에 이어 여신전문금융 분야 약관 점검을 마무리했으며, 앞으로 금융투자 분야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 분야 약관에서도 불공정 조항을 신속히 개선해 금융 분야 전반의 계약 관행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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