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기한이 30일로 종료됐다.

예결위는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386조6천억원 규모로 정한다는 데는 잠정 합의했지만, 세부 증액안과 감액안에 대해서는 절충점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심사를 중단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 0시부로 정부 원안이 본회의로 자동 부의되며 이어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예산 심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의 정부 지원 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역별 배분 등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 지방교육청에서 부담하게 돼 있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 정부에서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학교환경 개선 예산 지원을 늘리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누리과정은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중요 약속이었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한 뒤 "누리과정 대신 학교환경개선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고 맞섰다.

이 밖에 여야는 새마을 운동 국제화, 나라사랑 교육,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 정치적 쟁점과 관련된 예산에 대한 삭감 여부를 놓고도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세출 예산의 규모를 결정하는 전제가 되는 세입 예산의 규모와 관련,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비과세·감면의 신설·폐지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도 예산 심사를 더디게 만들었다.

브리핑하는 예결위원장과 여야간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김재경 국회 예결위원장(가운데)과 안민석 야당간사(왼쪽), 김성태 여당 간사가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누리과정 예산 등 쟁점사항에 대해 여야간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브리핑하고 있다.

여야는 예결위의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되자 지금까지 협의내용을 토대로 양당 원내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차원의 비공식 막후 협상을 이틀 동안 이어가면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정부 원안과 별개로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 마련을 시도할 계획이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남은 쟁점을 빨리 매듭짓고 그동안 심사 결과를 반영한 수정안을 여야 합의로 조속히 마련해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결위가 예산안 심사기한을 넘기더라도 예산안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데 이어 내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만큼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기한(12월2일)은 준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예산안과 연계됐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데다 여야가 각각 주장하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의 주고받기가 이뤄질 경우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 구도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예산안과 관련돼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한 법안의 경우 이날까지 합의된 것은 합의된 안대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은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번에 정 의장이 지정한 예산 부수법안은 기재위의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증여세법, 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관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과 교육문화관광위원회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개정안, 법제사법위원회의 공탁법 개정안 등 총 15개다.

이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오는 2018년부터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 9개를 의결, 본회의로 넘겼다.

다만, 정부 제출 세법 개정안 가운데 법인세법,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해 2일까지 추가 협의를 통해 합의된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문위의 사학연금법 개정안(새누리당 신성범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처리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맞춰 사립학교 교직원의 사학연금 부담률을 7%에서 내년 8%로,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9%로 인상하는 동시에 지급률을 1.9%에서 2035년 1.7%로 낮추는 내용이다.

사학연금법 개정안은 이날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합의만 이뤄지고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해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