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올리면 처벌하는 일명 '미네르바법'이 폐지됐다.

미네르바법 조항의 '공익을 해칠 목적'이라는 표현이 너무 불명확해 위헌이라는 2010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마음대로 올려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명예훼손 등 다른 죄목이 적용될 수 있는데다 공익에 반하는 유언비어에 대해 국회가 새 처벌 규정의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진성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 조항(제47조제1항)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 조항은 제정 후 40년 이상 적용된 적이 없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월 정부의 경제·환율 정책을 비판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의 수사 때 처음으로 기소 근거로 거론돼 큰 주목을 받았다.

박 씨는 검찰에 구속돼 100여 일 옥살이를 하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이 조항에 헌법 소원을 내 2010년 12월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서 당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과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다 같은 혐의로 당국 수사를 받게 된 시민들도 공소취소나 무혐의 처분 등을 받게 됐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위헌 결정 이후 해당 법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는데 전기통신기본법 상에서는 문구가 존재해 대중이 느끼는 압박감이 크지 않았다. 많이 늦었지만 삭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온라인상 발언이 '면죄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거짓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나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 등에는 다른 법에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법조항'의 처벌 기준이 불명확했다는 점이 위헌 사유였던 만큼 이 문제를 고쳐 유언비어를 다시 벌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선교 의원(새누리당) 등은 작년 5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런 처벌 기준으로 '전쟁·테러·재난 등 상황에서 국가의 위난 관리를 방해하고 사망·실종 피해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정확한 정보 유통을 막는 것' 등을 제시했다.

이 기준을 어기면 미네르바 법규처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자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여야 논의를 거치고 있다.

애초 여당은 2010년 미네르바법 위헌 판결이 나오자 유언비어 처벌안 기준을 만들고자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지만 18대 국회(2008∼2012년) 회기를 넘기도록 논의가 공전해 계류 법안이 모두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