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면 승부수…주류·비주류 극한 대립 양상 내홍 심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가 거부, 동시에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하면서 새정치연합은 또다시 깊은 갈등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문 대표는 혁신전대에 대한 즉답은 보류한 채 안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문 대표는 30일 안 전 대표의 전날 제안에 대해 “당 혁신의 출발은 혁신위의 혁신안을 실천하는 것이다.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에 비주류들이 크게 반발하고, 그 반발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문 대표 스스로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기에 이르게 된 전 과정을 고스란히 부정한 꼴이 된다. 문 대표의 “혁신위의 혁신안을 거부했다”는 지적이 안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문 대표는 “혁신은 우리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므로 우리 모두에게 두려운 일이다”라며 비주류 의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동안 문 대표가 취임한지 10개월동안 치렀던 두차례 재보궐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당내 의견에 여전히 귀를 닫은 행태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에도 라디오 등 언론을 통해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가 최선의 선택”이라며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고, 문재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주 최고위원은 또 “문 대표가 사퇴 안할수록 당이 혼돈에 빠지고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또 지금 밖에서 계속 추진되고 있는 신당에 탄력을 주게 된다”면서 “문 대표가 지금 최고위원들과도 전혀 협의가 없다. 문안박 제안 때뿐 아니라 재신임을 받겠다고 할 때나 혁신위를 구성할 때나 당 운영에 있어서 최고위원들과 협의가 거의 없었다”면서 “내년 4월 총선까지 시간이 없는데 계속 이렇게 간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 대표는 그동안 당을 운영하는 중요한 결정을 최고위원들과 상의없이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만 소통해서 결정했다는 것으로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도 독선으로 하려니 화합과 소통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계급장 떼고 ‘맞장 결투’ 도전장을 던졌다. 안철수 의원은 29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에 퇴짜를 놨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를 지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머쓱해졌다./사진=연합뉴스

사실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는 내년 총선을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두 번의 재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총선 책임까지 공동으로 나눠갖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이런 차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은 또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게다가 문 대표는 문안박 연대 제안을 함으로써 당 최고위원회를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마저 무너뜨린 셈이 됐다. 이러니 당내 최고위원들과 비주류들은 문안박 연대에 대해 대권주자들끼리 공천권 나눠먹기라고 반발해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의 이해할 수 없는 리더십에 대해 ‘이미 내년 총선은 필패로 판단한 상황에서 공천권을 잘 지켜서 2년 뒤 대통령선거를 노리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문 대표의 생각을 당 내부에서도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반발로 리더십이 발휘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 전 대표도 이날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개인이나 각 계파의 이해타산이나 대선출마 욕심이 앞서면 공멸한다”고 일침했다.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는 당의 혁신안, 수권비전을 내놓고 거기에 대해서 토론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그 제안에는 어떤 개인의, 계파의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았다”면서 “그걸 따지는 순간 전체가 공명할 수도 있다고 봤고 그런 충심에서 드린 제안이다. 어떻게 보면 (세력이 없는) 제가 가장 부담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내부의 갈등 정황을 미루어볼 때 문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는 안 전 대표라도 앞으로 탈당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문 대표의 ‘셀프 재신임’에 불만이 있는 비주류의 원심력 구축에 일정 역할을 지속하면서 미미했던 존재감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서 패할 경우 자연히 당권은 안 전 대표에게 넘어올 공산이 크고, 대권주자로 부상할 것인 만큼 그가 탈당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현재 야당이 처한 국면은 당의 전현직 대표인 문재인과 안철수가 당권을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 사람이 겉으로는 계파갈등을 염려하며 ‘혁신’을 내세워 명분 싸움을 벌여왔으나 물밑에서는 가깝게는 내년 총선과 멀리는 2년 뒤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권과 공천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기세를 모아 공천권 확보에 주력할 것이고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문 대표와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내 비주류들은 두 전현직 대표의 시간끌기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전당대회 개최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전대 이후 분열됐던 내부 갈등을 봉합할 새도 없이 공천을 할 경우 계파간 갈등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당 전당대회를 하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동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오영식 의원은 이날 “당의 제도혁신뿐 아니라 인적쇄신을 하려면 당의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면서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세대교체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퇴진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유성엽 의원도 “전대를 소집해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은 맞지만 안철수 문재인 두 전현직 대표가 참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문 대표는 백의종군해야 하고, 안 전 대표도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이 있는 만큼 ‘원샷’으로 세대교체형 전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