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어"
"다른 대안 활용하지 않는 무모한 주장"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 완화 요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금산분리는 대통령실과 정부 일각에서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명분으로 금산분리 완화와 지주회사 규제 손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주병기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은 미국 등 서구에서도 수십 년 된 규제 체제"라며 "100년 된 주제를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바꿀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어 "공장을 짓는데 다른 대안이 있으면 왜 다른 대안을 활용하지 않느냐"며 "너무 무모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지난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규정되면서 도입됐다.

지난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규제 완화 논의에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AI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과감히 투자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연이어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도 "꼭 필요하다면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투자 규제 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공정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SK그룹에 대한 '원포인트' 또는 '맞춤형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주병기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투자 전문 회사를 지향하기보다 제조업 등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 산업 투자 분야로 △주력 산업 시설투자 △벤처캐피탈 투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 육성 △데이터 인프라 등을 꼽았다

또한 현행 공정거래법과 규제 체제가 기업 성장을 저해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지금 SK하이닉스라든지 삼성 반도체 이 모든 기업들이 현재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했다"며 "국민 지지의 힘으로 만들어낸 현행 공정거래법이라든지 다양한 경제적 강자에 대한 견제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가 최후의 카드나 수단이라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다른 대안이 있으면 그 대안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정 다른 방법이 없다면 금산분리 완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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