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로 각국의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국 정부가 국제 보건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내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14% 삭감됨에도 한국은 감염병 퇴치를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차 1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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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회의' 참석한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사진=연합뉴스 |
23일 비영리단체 국제보건애드보커시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1억 달러를 기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펀드 내에서 기여국이 아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투표권 있는 이사국' 지위를 20년만에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펀드는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 3대 감염병 퇴치를 위해 2002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국제 민관협력 기구다. 매년 약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조성해 100여 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70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으며 한국은 2018년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집행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다.
글로벌펀드는 한국을 "강력한 의지를 유지한 공여국"이라며 한국이 이사회 투표권을 가진 이사국으로 승격됐음을 전했다.
이는 글로벌펀드 설립 초기인 2006년 이후 최초로 투표권 보유 국가가 추가된 사례다. 또한 이번 공약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펀드는 매년 약 25억 달러 규모의 의료 물품을 구매한다. 한국은 해당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으면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펀드에 약 8억4900만 달러 규모의 진단기기와 의약품을 공급했다.
이는 전체 공급국 중 6위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특히 진단기기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기부금이 우리 기업의 수출 실적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것이다.
이번 회의의 전체 모금 분위기는 비교적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펀드는 애초 180억 달러 모금을 목표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113억4000만 달러를 조성하는 데 머물렀다.
일본, 프랑스 등 전통적인 주요 공여국들이 자국 내 경제 사정을 이유로 공약 발표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기존 공약액을 유지한 것은 국제 사회에 강력한 연대 의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보여준 이번 1억 달러 지원은 단순 기부를 넘어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와 국익 창출이라는 외교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장에 참석한 한희정 국제보건애드보커시 대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약속을 지킨 한국 정부의 결정은 한국 보건 산업의 기술 혁신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계기"라며 "이번 이사국 진출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조달 시장 접근성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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