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24일 재상장 및 변경상장 거래를 재개하면서 순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CDMO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그 동안 지적돼왔던 고객사 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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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인적분할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지주회사로서 바이오시밀러 개발·판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 간 이해상충 완전 해소에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제기해 온 신뢰도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불가피한 결정이 됐다. 신약을 위탁생산받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동일 기업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같은 신약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로 인해 기술 정보 유출 가능성, 경쟁사 지원 우려 등 구조적 신뢰 결핍이 누적됐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CFO는 지난 5월 설명회에서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장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의 우려도 점차 증가했고 수주 경쟁력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분할 이후에는 이해상충에 대한 고객사들의 우려가 확실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고객사들의 우려가 해소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시아 제약사들과도 수주 계약 확대 기미가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985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이후 11월에 추가로 765억 원 규모의 증액 계약을 체결해 총 2751억 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제품 포트폴리오 중복에 대한 고객사의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스위스 론자에 이어 세계 2~3위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론자의 시장점유율이 25.6% 수준인 데 반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9%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로 인한 CDMO 사업 독립성 확보가 론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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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증권가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부문의 우수한 수익성, 성장률에 주목하고 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3.2%로 글로벌 CDMO 평균 11.8%을 크게 상회하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46.3%로 론자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이라며 "분할 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과 수익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실적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공시 기준 누적 수주 금액은 5조5959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액인 5조4035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창립 이래 누적 수주액도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원대 계약을 시작으로 9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8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 체결하는 등 글로벌 빅파마로부터의 대형 수주가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 이후 '생산능력·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3대 축 확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4월 완공한 18만 ℓ의 5공장에 이어 2032년까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6~8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총 132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는 ADC(항체·약물접합체),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로 인한 CDMO 사업 독립성 명확화와 이해상충 해소가 신규 수주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른 중국 공급망 견제 강화로 국내 CDMO 기업이 반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단기간 내 수주 확대 효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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