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 예상…"내년도 기저효과·관세·고환율·인플레 등 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이는 부진이 유독 두드러진 올해 예상치 1.0%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인데, 기저효과 외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내수 회복 등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평가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전망치인데, 최근 1.8%로 성장률을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견주면 밝은 전망이다. 다만 경기회복 강도가 과거보다 미약한 만큼, 생산적 금융 확대, AI기술 내재화, 노동공급 확대 방안 모색 등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이는 부진이 유독 두드러진 올해 예상치 1.0%보다 크게 상향된 수치인데, 기저효과 외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내수 회복 등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융연구원은 24일 발간한 금융브리프 논단 '2026년 경제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경제성장률)을 1.0%, 내년에는 2.1%를 각각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건설투자 부진 등으로 1.0%에 머물며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년도 성장률에 대해서는 "2025년 부진의 기저효과와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내수 회복이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기회복의 강도는 과거에 비해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금융연구원의 전망치는 앞서 OECD가 지난 9월 2.2%로 전망한 이후 최고치다. 올 하반기 주요 기관들이 발표한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한국은행(8월 발표) 1.6% △아시아개발은행(ADB, 9월 발표) 1.6% △정부(8월 발표) 1.8% △국제통화기금(IMF, 10월 발표) 1.8% △KDI(11월 발표) 1.8% 등이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지난 10월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바 있는데, △씨티·골드만삭스·JP모건 2.2% △노무라 1.9% △UBS 1.8% △바클리·HSBC 1.7% △뱅크오브아메리카 1.6% 등이었다. 

금융연구원은 새해 성장률을 2.1%로 내걸은 근거로 △건설투자의 반등 △금융여건 완화 △재정확대에 따른 민간·정부소비 회복 등을 꼽았다.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필두로 한 글로벌 교역 환경의 구조적 악화에 따른 비효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대외 환경 속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회복세를 시현했는데, 실제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1분기 -0.2%, 2분기 0.7%, 3분기 1.2%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내수회복의 배경에는 소비 진작이 크게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민간소비 관련 지표인 개인카드 사용액(승인금액)이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올해 정부가 추경을 통해 13조 2000억원 규모의 1·2차 민생회복소비쿠폰을 지원하면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 △소상공인·아동·청년·농어촌 대상 현금성 지원 등의 소비부양책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토대로 김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소비에서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계 소득 여건의 구조적 개선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여 소비 증가세는 연간 1.6%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부문은 완만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우선 건설투자는 2022~2023년 사이 부진했던 건설 수주 물량이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올해 -8.9%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새해에는 올해의 기저효과, 2024년 수주 회복의 기성 반영, 내년 중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 등 고려해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2.4% 성장한 후 내년에도 반도체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2.0%를 거둘 것으로 평했다.

대외무역환경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우선 올해 수출 증가율은 통상마찰 확대에도 불구, 선행 선적과 수출다변화 등에 힘입어 4.0%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에는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의 본격화 등으로 총수출이 0.8%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총수입은 중간재, 내구재 및 서비스 수입을 중심으로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초 급격한 무역관련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에 비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다"면서도 "내년에는 관세 영향 본격화로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2.0%, 2026년 1.8% 수준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세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 가능성 △지정학적 위험 완화 등이 고루 반영된 것으로, 내년 물가 오름세가 올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재상승 등이 부상할 수 있는 만큼, 물가 전망 불확실성은 높다고 평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별로 새해 경제성장률을 제고할 방안도 내놨다. 

우선 거시경제 정책은 경기 회복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두면서,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고려해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경기 회복 모멘텀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주택시장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평했다. 

금융정책에서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능한 한 실물부문의 생산적 투자에 공급되도록 유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을 완화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생산적 자금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평했다.

재정정책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공공부문 투자 확대와 효율적 지출 재구조화 및 세수 확대를 통해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 간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산업 내재화를 통한 기업 생산성 향상 지원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한 노동 공급확대 방안 모색 △지출 구조조정 및 조세 기반 확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한은은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견조한 수출, 내수 회복세 등을 토대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 성장률 수준인 1.8∼1.9%로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새해에는 기존 1.6%에서 1.8∼1.9%로 상향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지난 3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선방한 덕분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1.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만 나와도 연간 1.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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