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르면 이달 말 정기 임원인사…주요 계열사 이사회 후 확정 전망
신동빈 회장 ‘고강도 체질 개선’ 강조, ‘파격 인사’ 계열사 실적 개선 성과
유통군 인사 핵심 열쇠로…롯데유통군 김상현, 롯데백 정준호 연임 관심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가 전사적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의 ‘쇄신 칼날’이 실적 개선에 적중하면서 유통·식품 등 계열사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 제공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이르면 이달 말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롯데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 초에 정기 인사를 실시해 왔다. 오는 27일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이사회가 예정되면서, 이사회 이후 인사가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인사에서 관심이 모이는 지점은 ‘성과주의’에 따른 인사 규모다. 롯데는 현재 주력 계열사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상·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까지 거듭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해 왔다. 특히 하반기 VCM에서는 상반기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 방안 마련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전체 계열사 대표이사 중 21명(36%)을 한 번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롯데 화학군은 13명의 대표이사 중 10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호텔·면세·테마파크 사업을 아우르는 호텔롯데도 3개 사업부(호텔, 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최근엔 대규모 인사에 따른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영업손실 132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 폭을 68.2% 개선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70억 원으로 전년대비 384.2%나 증가했다. 대규모 인사가 보여주기식 쇄신을 넘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도 부진한 계열사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임박한 롯데 인사에서 핵심 열쇠로 꼽히는 것은 유통군이다. 김상현 롯데유통군HQ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 유통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2.8%)과 영업이익(-2%)이 모두 감소했다. 백화점 영업이익이 22.9% 성장하며 분투했지만, 그로서리 사업(마트·슈퍼) 영업이익이 717억 원에서 영업손실 283억 원으로 줄며 부진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첫 외부 인사 대표로 영입된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취임 후  ‘그로서리 1번지’를 슬로건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한 자동화 물류센터 6개를 건설하는 계획은 내년 상반기께 첫 물류센터가 가동된 뒤에야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는 점, 경영 연속성 등이 얼마의 무게추가 될지에 따라 인사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도 롯데백화점 최초 외부 영입 대표로, 취임 후 점포 구조조정·브랜드 리뉴얼 등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일군 만큼 유임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경쟁 백화점이 매출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가운데, 부진 점포 정리로 인한 매출 감소를 ‘타임빌라스’ 매장 확대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점포 리뉴얼에서 성과를 거둔 정 대표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던 화학군과 호텔 등은 올해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앞선 인사가 성과로 나타난 만큼 부진하다고 판단되는 계열사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은 거대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롯데의 사업 진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의 사장 승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신 실장은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해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 2023년 롯데파이낸셜 대표, 지난해엔 롯데지주 부사장에 오르는 등 해마다 승진을 거듭하며 경영 참여를 본격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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