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1조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을 앞두고 배터리 3사의 경쟁 구도가 ‘가격’에서 ‘안전성’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지난 7월 입찰에서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수주한 가운데 정부가 2차 사업부터 화재·설비 안전성 평가 비중을 크게 높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반격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가격보다는 안전성…화재 및 성비 안전성 배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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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최근 2026년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540MW 규모의 약 1조 원대에 달하는 2차 사업 추진 방향과 세부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2차 사업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 ESS를 설치해 전력 계통을 안정화하는 프로젝트로 준공 기한은 2027년 12월이다. 이 중 이달 말 입찰 공고가 이뤄진 뒤 내년 2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큰 변화는 평가 비중이다. 이번 평가는 기존의 가격 60%, 비가격 40%에서 가격 50%, 비가격 50%로 조정됐다. 특히 비가격 지표 중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이 22점에서 25점으로 3점 상향되면서 계통 연계·산업·경제 기여도보다 강화 폭이 커졌다. 이는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ESS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화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앞선 1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다수 사업지에서 납품사로 선정되며 약 540MW 규모 물량 중 70% 이상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계열 고에너지밀도 배터리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울산 공장을 기반으로 한 전량 국내 생산 체계도 산업·경제 기여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1차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으며 2차 입찰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차가 고에너지밀도 NCA 중심의 가격·효율 싸움이었다면 2차는 안전성과 국내 공급망 기여도를 중시하는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차전 반전 노린다…LG에너지솔루션, 국내 생산으로 강력한 후보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LFP ESS 생산을 확정지으면서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충청북도와 함께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ESS용 LFP 배터리 국내 생산 추진 기념 행사’를 열고 2027년부터 1GWh 규모로 ESS용 LFP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부터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해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를 단계적으로 증설하며 오창 공장을 LFP 생산의 허브이자 ‘마더팩토리’로 키워 국내 ESS 공급망과 LFP 생태계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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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온, 서산 공장 전경./사진=SK온 |
LFP는 에너지 밀도는 NCA 대비 낮지만 열폭주 위험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 사이클 수명이 길어 대용량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강화된 평가 기준에서 화재·설비 안전성 항목의 비중이 커진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생산 LFP'라는 타이틀을 필두로 안전성과 산업·경제 기여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은 북미와 국내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으로 2차 입찰 구도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내년 10월까지 LFP ESS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추고 단일 컨테이너 기준 약 5.4MWh로 경쟁사 대비 큰 용량을 앞세워 북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남 서산에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며 2차 중앙계약시장 이후 본격적인 물량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SK온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EIS)을 활용해 셀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진단 시스템과 열차단막·환기 시스템 등 안전 설계를 내세워 “화재 발생 30분 전 위험을 탐지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이 이제 단순히 싸고 많이 넣는 시대에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전하게 쓰느냐를 따지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2차 중앙계약 입찰 결과가 향후 국내 ESS용 배터리 기술·투자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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