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유통군HQ 부회장 비롯 롯데백화점·롯데웰푸드 등 대표 교체
‘유니클로 정상화’ 정현석, ‘글로벌 전략통’ 서정호 등 신임 대표 물망에
신동빈 회장 ‘CEO 책임론’ 강조, 경영환경 악화에도 실적부진 면피 못해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비상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그룹이 올해도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선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부진했던 유통·식품 주요 계열사가 타깃이 됐다. 위기 극복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온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7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열린 ‘2025 하반기 VCM’에서 그룹 경영 방침 및 CEO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27일 이사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롯데그룹은 11월말~12월초 사이 지주사와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인사를 확정해 왔다.

이번 인사에서 집중 타깃이 된 것은 유통군과 식품군이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대부분 계열사 대표가 유임됐으나, 올해는 ‘쇄신’을 피하지 못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현 롯데유통군HQ 부회장은 용퇴가 거론되고 있다. 함께 임기가 끝나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그룹 모태’인 롯데웰푸드의 이창엽 대표도 물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로는 정현석 롯데아울렛 대표가, 롯데웰푸드 신임 대표로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이 물망에 올랐다. 정 대표는 25년간 롯데에 몸담아 온 ‘롯데맨’으로, 2000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고객전략팀장,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롯데몰 동부산점장을 거쳐 2020년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 운영사) 대표에 올랐다. 당시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시름하던 유니클로 한국 사업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복세로 돌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 단장은 지난 7월 영입된 외부 인사로, 신설된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에서 수익성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왔다. 서 단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해 삼성코닝정밀소재 기획그룹을 거쳐, 두산에서 전략기획·신사업 개발·M&A(인수합병) 등을 이끌었다. 이후 두산솔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한국앤컴퍼니 부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는 롯데웰푸드에 걸맞는 ‘전략통’이라는 평가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역대 최대 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전체 계열사 대표이사의 36%에 달하는 21명이 한 번에 교체됐다.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롯데 화학군은 13명의 대표이사 중 10명이, 호텔·면세·테마파크 사업을 아우르는 호텔롯데는 3개 사업부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올해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롯데멤버스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위기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유통·식품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 신년사와 상·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 등에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거듭 주문해왔다는 점도 대대적 쇄신에 무게를 더한다. 신 회장은 하반기 VCM에서 상반기 그룹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핵심사업에 대한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CEO는 5년, 10년 뒤 경영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현재와 3년 뒤에 해야 할 일을 계획해야 한다”며 대표들의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 정 대표, 이 대표가 악조건 속 일부 성과에도 교체 물망에 오른 것은 이같은 ‘책임론’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정기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사장 승진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신 부사장은 승진 이후 신 회장 해외 일정에 동행하고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점검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이번 사장 승진으로 롯데 ‘3세 경영’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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