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행 항공편 감축 내년 3월까지 연장…취소 49만여건
한국행 검색·예약 증가세 뚜렷…반사이익에도 불안 요인 여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발 일본행 여행 수요가 이달 중순부터 빠르게 꺾이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일본행 항공편 감축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이어가도록 지시하면서 양국 갈등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수요가 한국행으로 이동하면서 항공업계에 단기 반사이익 기대감이 나오지만, 정책 변수에 수요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장기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에 반발해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 권고한 뒤 일본행 항공권 취소가 급증했다. 지난 15~17일 사이 취소된 일본행 항공권은 약 49만1000건으로 추산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제공


◆ 일본행 꺾이자 한국행…무비자 효과까지

중국 국영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의 변경·환불 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하며 사실상 감축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청두~오사카, 청두~삿포로 등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급감한 일본 수요는 한국행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다. 중국 여행 플랫폼 조사에서 한국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 1위로 올라섰다. 한·중 양국의 무비자 입국 조치로 여행 장벽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중 노선 운항편수는 1만618편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156편) 대비 4.5% 증가했고, 여객수는 153만8109명으로 전년 동기(125만6392명) 대비 22.4% 급증했다.

항공사들도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중국 노선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주당 194회였던 중국 노선 운항 횟수를 지난달부터 주당 203회로 늘렸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월부터 18.84% 증편을 통해 주당 164회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10월 중국 노선 탑승객이 이미 49만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연간 실적(49만2900여명)을 초과했다. 인천~웨이하이 증편, 부산~상하이·인천~구이린 신규 취항 등 중국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현재 인천·부산·제주에서 출발하는 중국 노선을 8개까지 운영하며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확보하고 있다.

◆ 단기 반사이익 맞지만…FSC 쏠림·공급과잉 우려

반사이익이 모든 항공사에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노선 운수권을 대형항공사(FSC)들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수혜가 FSC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월 기준 한중 여객 가운데 국적 LCC의 비중은 12% 수준에 그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관광지로서 경쟁 관계인 만큼 중국인들의 근거리 해외여행 수요를 대신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노선의 운수권은 FSC들이 과점하고 있고 LCC 사업모델은 근거리 중심이지만 중국의 경우 항공 자유화가 체결되지 않아 지난달까지 한중 항공여객에서 국적 LCC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LCC 국제선 여객에서 중국 노선 비중은 6%에 불과해 중국 인바운드 수혜만으로 지금의 적자기조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항공당국이 부정기편을 적극적으로 풀어주기 전까지는 반사수혜 역시 대한항공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위험도 지적한다. 항공사들이 수요를 따라 중국 노선을 경쟁적으로 늘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탑승률이 오를 수 있지만, 일정 시점 이후 운임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수요 이동이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사드 배치 논란 당시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로 한중 항공 노선이 급격히 위축됐던 사례가 있다. 

2016년 800만 명을 넘어섰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 여파로 2017년 4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3%나 급감했다. 당시 항공사들은 감편과 결항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정책 방향이 바뀌면 한국행 수요가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책 변수에 따른 리스크도 커진다"며 "중국발 정책 변화와 공급 조정 실패가 장기적으로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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