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구글이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아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단기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큰 틀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조금씩 반등 조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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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이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26일 관련 업계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AI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달라진 전선의 중심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존재한다. 구글에서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인 TPU가 엔비디아의 GPU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글은 최근 제미나이 3를 출시해 호평을 받으며 기존 오픈AI(챗GPT) 중심의 AI 서비스 판도에도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구글이 반도체까지 직접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엔비디아의 아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 결과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강세 마감했음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약 2.6% 하락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날 엔비디아는 주요 기술기업 7곳을 지칭하는 '매그니피센트 7' 중에서 유일하게 하락했다.
양사의 미묘한 '영역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엔비디아는 최근 자사 엑스(X) 공식 계정을 통해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우리(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으며, 모든 AI 모델을 구동하고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엔비디아 플랫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구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맞춤형 TPU와 엔비디아 GPU 모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수년간 그래왔던 대로 양쪽 모두를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발 AI 전쟁의 여파는 한국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당장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시총 2위 SK하이닉스부터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밸류체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회사들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구글과 엔비디아의 세력 다툼 향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는 영향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만약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가 새로운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선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2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높은 메모리 공급 점유율을 기반으로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 메타 등의 메모리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AI 생태계 확장의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며 "엔비디아 GPU 공급망 의존도가 점차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비디아 GPU 구매 집중에 따른 빅테크의 과도한 자본지출 및 감가상각에서 불거진 AI 버블 우려는 향후 AI 생태계 다변화로 완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엔비디아 밸류체인의 핵심 종목으로 지금까지 시장에서 크게 부각을 받아왔지만, 이번 구글의 약진에 대해선 다소나마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10만원대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 내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한 이날 오전 장에서도 SK하이닉스만큼은 주가가 소폭 하락해 여전히 50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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