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세대 공격 투자 포트폴리오 꾸려 가장 높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퇴직연금 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여전히 압도적인 가운데, 퇴직연금 고수들의 높은 투자 수익률과 방법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 금융감독원은 높은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일수록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였고, 증권 권역에서 유독 두드러졌다고 26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융감독원은 높은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일수록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였고, 증권 권역에서 유독 두드러졌다고 26일 밝혔다.

금감원은 권역별(은행·증권·보험) 대표 금융회사에서 올해 6월말 현재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면서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DC 가입자를 선별했다. 이렇게 선발한 가입자들을 다시 5개 연령대(30대 미만,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별로 구분하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100명씩을 뽑아 총 1500명(3개 권역×5개 연령대)을 퇴직연금 고수 그룹으로 지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6월 말 퇴직연금 고수들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최근 1년간 38.8%, 최근 3년간 연평균 16.1%를 기록해 가입자 평균 수익률(1년 4.2%, 3년 4.6%)의 3.5~9.2배를 상회했다.

권역별로 보면 대체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증권 권역의 고수들이 18.9%(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 기준, 이하 같음)로 가장 높았으며, 은행 15.1%, 보험 13.1%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수익률 분포는 40대가 가장 높은 봉우리 형태로 나타났는데, 30대 미만의 경우 투자경험이 짧은 사회 초년생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60대 이상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향후 현금흐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 6월말 기준 연령별 퇴직연금 고수들의 자산구성./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그렇다면 고수들은 어떻게 투자해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우선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고수들은 전 연령대에서 펀드(ETF 포함), 채권과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비중이 79.5%로 매우 높았다. 대기성 자금 비율도 8.6%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유 자금도 일부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역별로 보면 증권의 실적배당 비중이 83.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보수적인 가입자가 많은 은행(80.2%)이나 보험(73.4%) 권역도 고수들은 높은 수준의 실적배당상품 비중을 유지했다.

또 고수들은 집합투자증권(펀드)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인데, 유형별로 보면 주식형 70.1%, 혼합채권형 9.0%로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았다. 혼합채권형 펀드 비중은 2번째로 높은데, 이는 퇴직급여 법령상 위험자산 투자한도 70%를 준수하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국내 펀드(61.6%)에 대한 투자금액이 해외 펀드(31.8%)보다 2배 가량 많았다. 고수들은 향후 해외 시장보다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하고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판단된다. 실제 3분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점에서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전략에 반영하는 게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임을 알 수 있다. 

펀드 형태별로 보면 ETF가 75.1%, 공모펀드가 24.9%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고수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펀드 상위 10개 중 총 8개가 ETF형으로 나타났으며, 일반 가입자들이 장기투자 시 선호하는 공모펀드(TDF)는 고수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투자경험이 짧은 30대 미만의 연금 고수들은 미국 나스닥, S&P500 등 미국 지수형 ETF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30대 이상의 경우 조선, 방산 등 테마형 ETF나 테슬라 등 우량기업 관련 펀드로 공격적인 운용을 펼쳤다. 60대 이상에서는 테마형 ETF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고배당 펀드나 중국 펀드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퇴직연금 고수들은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을 적극 활용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수형 펀드가 아닌 테마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며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였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거나 생업이 바쁜 대부분의 근로자들을 위해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보다 능동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또 필요할 경우에는 금융 전문가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사전에 지정하기만 하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이나 가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 펀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세 시대에서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고수들의 투자 노하우를 참고해 '나의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퇴직연금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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