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일본 브랜드 약세…LG생활건강 회복 촉매 될지 주목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수요 유지…LG생활건강 반등 여지 관측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최근 부진한 실적 흐름을 보인 LG생활건강이 중국의 이른바 ‘한일령(限日令)’ 기조 속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시장 위축이 길어질 경우, 그 소비가 한국 브랜드로 전환되면서 LG생활건강이 침체된 화장품 부문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LG생활건강 더후 이너뷰티 '기앤진 밸런스 케어'./사진=LG생활건강 제공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조5800억 원, 영업이익 462억 원을 기록하며 모두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화장품 부문 매출은 4710억 원으로 2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8억 원 적자를 냈다. 중국 매출 역시 4.7% 감소하며 핵심 시장에서 약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LG생활건강에 기회가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 전체는 둔화 양상이지만 프리미엄·럭셔리 제품군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 맥킨지는 중국 뷰티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6%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심이 프리미엄·럭셔리 분야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과거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서 뚜렷한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Whoo)’는 중국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한국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로, 2018~2020년 기간 동안 중국 백화점·면세점 채널에서 확실한 고가 소비층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일본 브랜드의 공백이 생길 경우 LG생활건강이 해당 소비층을 재차 흡수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수입 화장품 시장 구조를 봐도 일본 소비층의 일부가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내 수입 화장품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프랑스·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소비자에게 한국 화장품은 ‘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소비 정서가 악화될 경우,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높은 프랑스 럭셔리는 부담스럽고, 로컬 브랜드는 신뢰도에서 약하다고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C-beauty)의 성장세는 분명하다. 특히 중저가 영역에서는 로컬 기업이 5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글로벌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의 프리미엄 점유율 일부를 흡수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본 소비 이탈이 곧바로 한국 브랜드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 행동 변화가 단기적 정서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 구매 패턴 변화로 전환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생활건강의 실적이 낮아진 만큼 프리미엄 소비층이 일부라도 돌아온다면 반등 폭은 오히려 더 크게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일본 브랜드 약세가 한국 브랜드 강세로 직결된다는 단순한 구도보다, LG생활건강이 브랜드 리뉴얼, 유통 채널 재정비, 현지화 마케팅 등을 어떻게 병행하느냐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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