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4연속 금리 동결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최근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물가 압력을 자극한 것이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27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2.50% 수준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p)씩 금리를 인하한 이후 지난 7월과 8월, 10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 금통위 당시만해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4연속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서울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본 유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최근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0% 올랐다. 직전 주 0.17%에 비해 0.03%p 확대된 것으로 지난 4주간 상승 폭이 감소된 이후 다시 반등했다.

집값이 상승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한은은 주택시장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통화정책에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 지난달 20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269조2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증가한 규모로,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인 2조5270억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은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환율도 금리인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장중 1476.0원을 터치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종가 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집값 상승이 여전히 강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 금융안정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변수뿐 아니라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도 동결에 기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금리선물 시장에는 다음 달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이 약 71.5%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28∼2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2.50%)과 금리 격차는 1.50%p로 좁혀졌지만, 한은이 이번에 추가 인하에 나섰을 경우에는 양국 간 금리 차는 다시 1.75%p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또한 동결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