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카드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3%대를 넘기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날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8·10월에 이은 4회 연속 동결로 원화 약세와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한 것이다.
| |
 |
|
| ▲ 사진=연합뉴스 |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여전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자 카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2%대에서 움직이던 여전채 금리는 이달 들어 3%에 진입한 뒤 단 한 차례도 3%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가 자금조달 시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난다.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3분기 말 이자비용은 3조540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262억원)보다 3.35% 늘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가 4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6%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신한카드(8349억원·7.30%), 현대카드(5554억원·4.65%), 롯데카드(5524억원·1.23%) 순이다.
우리카드(3170억원·3.12%↓), 하나카드(2592억원·3.10%↓), KB국민카드(5885억원·1.36%↓)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차입 규모가 적어 이자비용이 줄었으나 업계 전체로 보면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상황으로 연말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이자비용은 2021년 1조9285억원에서 2022년 2조7322억원, 2023년 3조8267억원, 지난해 4조4228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자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7개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216억원) 대비 15.2%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로 조달할 만큼 여전채 의존도가 높다. 여전채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연체율 증가, 대손비용 증가 등 악순환을 낳게 된다.
여기에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카드론 규제 등 연이은 악재로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카드사들은 자금조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는 홍콩·대만·일본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을 대주단으로 구성해 4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 연계 신디케이트 론을 조달했으며, 신한카드는 지난 9월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4억달러를 확보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운영하기 때문에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환율·집값 불안 등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주기)이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해외채권 발행 등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