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소싯(SAUCIT)은 일상 속 감각적 경험을 구현한 공간입니다.”
| |
 |
|
| ▲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사업본부장. 지난 27일 판교 소재 교촌에프앤비 사옥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지난 27일 판교 소재 교촌에프앤비 사옥 1층에 있는 소싯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기존 교촌 이미지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오렌지 톤 중심의 조명과 밝은 내부 구성, 그리고 전체적인 곡선 기반 시각적 요소는 '치킨=야식'이라는 고정관념을 해체하려는 시도다.
매장 운영 방식도 낮 시간대 소비 피크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주문은 QR 기반, 조리는 자동화 설비, 음식 이송은 서빙 로봇, 제품 수령은 무인 픽업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주문 효율화가 아니라, 식사 경험 과정에서의 ‘접촉 최소화’를 명확하게 목표로 한다.
오픈 이후 점심시간 방문객은 150~200명 수준이다. 이는 교촌이 야식 중심 고객 기반을 가진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또 매장 내부는 단순한 인테리어 실험장이 아니라 교촌이 식사 시간대 소비 전환을 추진하는 실전 테스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 |
 |
|
| ▲ 교촌에프앤비 판교 사옥 1층에 위치한 소싯 매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소싯의 출발점은 교촌이 가진 ‘소스 아이덴티티’다. 교촌이 지난 34년 동안 축적한 소스 노하우를 한 끼 식사 형태로 확장하려는 시도이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소싯은 파일럿 브랜드로 운영된다.
브랜드명 ‘SAUCIT’ 자체가 이 전략을 설명한다. SAUCE + (It’s KYOCHON Difference) 의 조합이며 동시에 소스를 먹는 경험(SAUCE + EAT) 이라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는다.
흥미로운 점은 내부 개발 과정이다. 이 아이디어는 사내 공모에서 출발했고, 메뉴 개발·소스 개발·그래픽과 공간 디자인·푸드테크 엔지니어링 등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구조는 교촌이 본 프로젝트를 단순 외식 실험이 아닌 미래 사업 모델 실험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촌은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네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스 IP 확장 및 적용 범위 확대 △치킨 중심 브랜드에서 식사 중심 브랜드로의 시야 확장 △자동화 기반 매장 운영 모델 검증 △정식 브랜드로 분리될 가능성 검토다.
즉 소싯은 교촌이 미래 외식 시장에서 어떤 방향성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현재 단계에서는 국내 확장 및 해외 진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보인다.
소싯의 핵심은 메뉴 그 자체보다 소스 선택 경험이다. 소비자는 버거·샌드위치·보울·프라이즈 등 기본 메뉴를 선택한 뒤, 그 위에 소스를 얹어 개별 레시피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고객 개개인의 ‘맛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 |
 |
|
| ▲ 교촌에서 시식용으로 제공한 소스들./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딥소스 구성은 △쌈장 디핑 △고추장 크림 △청양고추치미추리 △허니마요 △레드마요 △허브렌치딥 △콰트로치즈퐁듀 등 총 7총이다.
가장 선호되는 소스는 쌈장마요이며, 나머지 소스도 특정 메뉴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 균등하게 분산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고객은 ‘청양고추치미추리’, 치즈 선호층은 ‘콰트로치즈퐁듀’를 선택하는 식이다. 이는 단일 인기 메뉴의 쏠림보다 고객 취향 다양화가 나타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
 |
|
| ▲ 소싯 매장에 설치된 소스 자판기./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특히 소스 자판기 시스템은 단순한 이벤트 요소를 넘어 브랜드 이해 구조를 만든다. 소비자는 코인을 넣고 소스를 ‘추가로 뽑는’ 경험을 통해 “여기는 소스 중심 매장”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소싯은 교촌치킨의 확장을 보여주는 작은 모델이다. 교촌은 야식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넘어, 점심 식사 시장이라는 미개척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치킨이 아니라 소스, 그리고 취향을 식별하는 경험이 있다.
| |
 |
|
| ▲ 소싯 매장에 배치된 무인 배달 로봇./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
소싯의 운영과 반응 데이터는 향후 교촌의 메뉴 전략·가격 전략·매장 운영 방식·글로벌 가능성까지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지금 판교의 이 작은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은 단일 매장의 성과를 넘어, 한국 외식 브랜드의 다음 단계로 확장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사업본부장은 “소싯은 교촌이 쌓아온 소스 유산을 식사 기준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이라며 “고객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뉴와 운영을 계속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