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의 저탄소 전환이 처음으로 제도권 안에 편입됐다. 기술 개발, 불공정무역 대응, 세제·보조금 지원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체계적 지원 기반이 열렸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 제정의 효과가 결국 정부가 어떤 세부 기준을 마련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 자체보다 실제 적용 방식이 산업 구조 재편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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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강 공정 현장./사진=포스코 제공 |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은 재석 255명 중 245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건설 경기 침체로 내수·수출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이번 법은 EU CBAM(탄소국경조정제)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필수 인프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 대응 역시 이번 법의 중요한 축이다. 업계에서는 EU CBAM(탄소국경조정제)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철강 수출 환경이 바뀌면서, 탄소 배출량이 낮은 철강, 친환경 인증 또는 증명서 보유 제품이 유리한 수출 품목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할 국내 저탄소 인증 체계가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한 포스코, 현대제철 등 현재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한 대규모 전환 투자를 추진 중인 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친환경 설비 인프라 확충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실제 효과는 세부 기준과 집행 방식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반응도 존재한다. 먼저 녹색 전환 지원의 경우 법안에는 기술 개발·설비 전환 기반 지원이 포함됐지만 어떤 기술을 우선 지원할지, 배출 감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 핵심 기준은 아직 비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설비 전환이 국가 전략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지원의 방향성에 따라 기업 투자 전략도 크게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소 철강사에 대한 부담도 우려된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사는 침체한 시장 환경에서 연구 인력과 초기 투자 여력이 부족해 친환경 기술 검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저탄소 전환은 대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전체가 동시에 전환하지 못하면 수출경쟁력은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사는 규제 준수 비용만 떠안아 오히려 산업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하 관련 조항이 빠진 점도 업계의 불만 요소다. 최근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2021년 kWh당 약 105원에서 2024년 상반기 약 190원 수준까지 올라 3년 만에 75~80% 가까이 급등했다.
또한 저탄소 공정은 고전력 설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설비 전환 자체가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 안정화 장치 없이 녹색 전환만 요구하면 역설적으로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K-스틸법이 제도적 틀을 제공한 것은 의미 있지만 에너지 비용 구조 개선·중소사 지원 로드맵·기술 기준 확정 등 후속 설계 없이는 녹색 전환과 산업 재편이라는 목표가 온전히 달성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적용 기준·지원 방식·시장 조성 전략 등 후속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단계”라며 “법은 가치 방향을 세운 것이고, 실제 의미를 만들지는 정부의 집행 의지와 실행력”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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