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시화호와 서해를 가로지르는 연장 11.2㎞의 시화방조제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유일한 조력발전소 운영으로도 유명하다.
과거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었다. 당시 시화호방조제 건설이 세계 최대 간척사업의 하나로 평가받으며 진행됐고, 1994년에 담수화를 위한 최종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수질 악화라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이에 2000년부터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를 유통시켜 수질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방조제 위에 세계 최대 발전용량을 자랑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2011년 8월부터 상업 발전을 시작해 전력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시화호에 해수를 유통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수질은 개선됐고 조수간만의 차로 드나드는 바닷물을 이용하는 친환경 발전 방식은 물에너지로 각광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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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화호 조력발전소 전경./자료사진=K-wa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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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력을 생산 중이 시화호 조력발전소./자료사진=K-water |
달과 물의 힘으로 일으키는 청정에너지…연간 발전량 50만 명 분
경기도 안산·시흥·화성시를 품고 있는 시화호는 방조제로 서해를 가르며 여의도의 약 40배 정도 되는 규모, 축구장 12배 크기 13만8000㎡ 부지에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세워 25.4MW의 발전기 총 10대(254MW)를 설치, 552GWh의 전기를 연간 생산 중이다.
달과 태양이 해수면을 끌어당기는 밀물과 썰물 때 해수면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은 인공지능(AI) 발전기술로 현재는 연간 50만 명이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발전해 국내 유력 기업에 제공하는 등 국내 산업계 에너지 보급뿐 아니라 청정에너지로 전환되는 시대에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조력발전은 한 방향 발전인 단류식과 양방향 발전인 복류식으로 구분되며, 단류식은 발전 시기가 밀물인 창조식과 썰물인 낙조식으로 분류되는데,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밀물 때 시화방조제 바깥으로 밀려온 바닷물을 시화호로 유입하며 이 수위차를 통해 발전하고, 유입된 바닷물을 썰물 때 수문으로 배수하는 ‘단류식(單流式) 창조발전’을 택하고 있다.
이는 시화호 내측에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와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 국가 주요 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시화호 내 인접도시의 침수 방지와 시화호 상류 서식생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위를 일정 수준(–1.00m)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운영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보름달이 뜰 때는 외해와 시화호 사이의 낙차가 가장 커져 하루에 12시간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반면, 가장 적을 때는 2시간만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편차가 크다.
2021년부터는 AI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을 적용해 매일 달라지는 해수면의 낙차를 읽어내 전기를 최대한으로 생산한다고 한다.
AI 조력발전은 불규칙적인 밀물과 썰물의 크기를 고려, 최대 발전량을 위한 발전 스케줄을 제공하고, 1년 이상 중장기 조력발전량을 예측해 조력발전 타당성 조사 또는 기본·실시설계 시 경제성 평가가 가능해 관리 안전성과 발전량 증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수자원공사 시화조력관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이동희 부장은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전기생산량은 자동차가 서울에서 강릉을 500만 번 왕복할 수 있는 유류를 대체하는 양의 대체가 가능하며, 30년생 잣나무 5000만 그루가 매년 흡수하는 31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자원공사의 조력발전 운영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목표가 돼 영국 리버풀권역정부(LCRCA)의 요청으로 2022년부터 700㎿ 규모 머지강 조력발전 개발사업에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또한 2024년 5월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직접전력거래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수력과 수상 태양광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SK하이닉스, 네이버, 롯데케미칼, 우리은행과 PPA를 체결해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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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자원공사 시화조력관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이동희 부장이 AI 조력발전소 운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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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력발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고 있다./자료사진=K-water |
K-water, RE100 선두주자로…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부상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탈탄소 시대의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과거 다소 생소하게 여겼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이제는 전 국민이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인지하는 생활용어가 됐다.
대한민국 공공기관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RE100을 달성한 기관으로 수자원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내년 RE100 이행에 대한 검증을 거쳐 주관기관인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위원회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RE100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어, 공공주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자원공사 기후탄소사업처 에너지융복합사업부 고지훈 부장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100 캠페인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를 잡으며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이 녹색 무역장벽에 직면해 있다”며 “풍부한 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기업에게 공급하기 위해 위백 플러스라는 신모델을 작년에 선언하고 추가적인 확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424개 글로벌 회원사의 RE100 달성률은 53%인 반면 한국은 12%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직접전력구매계약 방식을 선호하는데, 우리나라는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국가 RE100 이행을 선도하기 위해 조력 발전을 포함해 수열, 수상 태양광, 수력 등 물 에너지를 2030년까지 10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추가 에너지원 개발로 누적 원전 10기 규모의 물 에너지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수열은 전력을 직접 생산하지 않아 RE100 에너지원으로는 인정받진 못하지만 기업의 전력사용량을 저감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수도 관로에 흐르는 하천수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송전선로 확충 없이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수열을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도입한 롯데월드타워는 연간 전력사용량을 32.6% 절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댐 수면 위에 개발하는 수상 태양광은 기존 수력발전 송전망을 활용해 교차 발전하는 해법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가속할 전망이다. PPA를 통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RE100 이행을 직접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PPA를 허용한 2021년 이후 국내에는 120여 개의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가 등록돼 있다. K-water가 국내기업과 직접 PPA를 체결한 규모는 지난해 국내 전체 PPA 공급량의 49% 규모(약 296MW)에 이른다.
수자원공사의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재생에너지 생산은 물론 수질 문제도 해결하며 일석이조의 성과를 창출한 대표 혁신 사례다. K-water는 앞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든든한 공기업으로의 역할로 국가 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