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일령 이후 중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일본 숙박업계의 가격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숙박비 하락은 한국의 일본 여행 수요를 자극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수익성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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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일 호텔 예약 플랫폼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이 컸던 오사카, 도쿄 등의 비즈니스호텔 요금은 한일령 발표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휴일 기준 2박 평균 20만 원대에 형성돼 있던 한 중저가 호텔 요금은 15만 원 수준으로 내려왔으며, 일부 숙소의 경우 8만 원까지도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강력한 일본 방문 제한 조치 때문으로, 중국 현지 민항 분석가 리한밍(李瀚明)에 따르면 한일령 이후 지난 15일부터 3일 간 중국 항공사의 일본행 항공권 취소는 49만1000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여행 방문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지 호텔들이 탄력 요금제를 통해 빠르게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코로나19 이후 일본 숙박비는 엔저를 틈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슈퍼 인바운드’ 수요로 꾸준히 올라왔다. 그러나 한일령 장기화 시 이 같은 가격 버블이 일부 해소되며 코로나 이전 수준에 가까운 정상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이번 일본의 숙박비 하락 흐름은 2017년 한국이 사드 배치 여파로 한한령을 겪었을 때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중국발 방한객은 전년 대비 약 48% 감소하면서 주요 호텔이 객실 점유율 하락을 겪었으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당시 한국의 관광 수입은 약 7조45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GDP의 약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사드 사태는 한국 관광 산업의 특정 국가 의존형 구조가 가진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일본 역시 중국 수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비슷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중국 단체 수요가 빠져나가면 시장은 가격 조정으로 반응한다”며 “일본 코로나19이후 올랐던 숙소 요금의 정상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숙박비 하락 기류가 한국인 일본 여행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통상 해외 여행의 전체 비용 구조에서 항공권과 숙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숙박비가 안정되면 전체 여행 예산 부담이 뚜렷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여행객은 물론 패키지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개선되며 여행사와 항공사가 모두 수요 증가를 체감할 여지가 크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노선, 저가 항공권 출혈경쟁이 이어지며 최근 잇따라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지만 일본 노선은 여전히 LCC 실적의 핵심 축이다. 일본 주요 도시와 한국은 1~2시간 비행거리로 단거리 노선 운항 중심인 LCC 입장에서 회전율이 높고, 수요 기반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번 숙박비 하락으로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 좌석 점유율 상승과 부가수익 확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선 변수도 존재한다. 한일령의 지속 기간과 중국 여행객 수요 회복 속도, 일본 내 호텔 업계의 구조적 인력난 등이 숙박비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일본 숙박업계가 인건비 상승과 환율 영향을 반영해 다시 요금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일본 여행 비용이 낮아질 전망이라는 점에서 한국 항공·여행업계 전반에는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령 이후 촉발된 일본 숙박비 조정이 단기간에 그칠지, 가격 정상화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여행 시장의 체감 비용이 내려간 만큼 일본 노선에 강점을 가진 한국 LCC 업계가 반사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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