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11월 수출입동향 발표…전년비 8.4%↑
자동차 수출 13.7%↑…연간 최대 실적 전망
반도체 수출 38.6%↑…역대 월간 최대 경신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반도체와 자동차가 11월 수출을 끌어올리며 한국 11월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고율 관세라는 대외 변수 속에서도 반도체는 사상 최대 월간 실적을 갈아치웠고, 자동차 역시 안정적인 수출 흐름을 유지하며 양대 주력 산업이 전체 수출 확장세를 이끌었다. 반도체의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와 자동차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맞물리면서 연말까지 수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올해 수출 목표치에도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8.4% 증가한 610억4000만 달러, 수입은 513억 달러로 1.2% 증가했다. 11월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고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 달러로 동기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은 2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 늘며 역시 역대 11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11월에는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 바이오, 이차전지, 컴퓨터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는 172억6000만 달러로 38.6%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자동차는 64억 달러(14%↑), 무선통신 17억 달러(2%↑), 바이오 14억 달러(0.1%↑), 이차전지 7억 달러(2%↑), 컴퓨터 14억달러(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월 수출은 6개월 연속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미 관세를 포함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사진=연합뉴스 제공


◆ 내연기관·HEV 호조에 수출 '쑥'…대미 수출 '버팀목' 역할도

11월 자동차 수출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호조에 힘입어 13.7% 증가한 6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가 16억2000만 달러(43.4%↑)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고, 내연기관차도 39억1000만달러(3.4%↑)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1~11월 누적 수출은 660억4000만 달러로 역대 같은 기간 기준 1위를 기록했다. 기존 연간 최대 실적인 708억6000만 달러까지는 48억 달러만 남아 있어 올해 연간 기록 경신도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미국발 관세 인상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악재 속에서도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요 재편, 고가 라인업 확대, 지역별 믹스 조정 등이 물량 방어에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미 수출에서도 자동차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11월 미국향 전체 수출은 철강·일반기계·자동차부품 등 관세 대상 품목 부진으로 0.2% 감소한 10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자동차와 반도체는 각각 11%, 39% 증가하며 감소 폭을 상쇄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2억 달러, 반도체는 11억 달러로 집계돼 대미 수출 흐름의 '받침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11월 대미 수출은 아세안, 유럽, 남미, 중동 등으로 시장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충격이 완화됐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는 관세 15% 하향 조정에 따른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관세 15% 인하에 따른 실질 효과는 2026년부터 나타날 수 있고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올해 12조8000억 원, 10조5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13조1000억 원, 10조4000억 원으로 소폭 증익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 보완을 통해 관세 리스크 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발의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은 자동차·부품 기업의 관세 인하 요건을 충족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11월 26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자동차·부품 기업에 대한 관세 인하 요건이 충족돼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우리 수출이 12월에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 경제 회복의 핵심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 수출 '쌍끌이' 품목으로 자리...연간 최대 수출액 기록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가 연간 최대 수출 실적을 이끄는 '쌍끌이'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한 172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월간 실적을 다시 썼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8.3%에 달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한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1526억 달러로 이미 기존 연간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가격 상승세가 동반된 것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시장이 황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시기의 정점은 2027년으로 점쳤다. 

훈풍 기대감 속에 기업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 팹(공장)에 이어 지난해 초 중단했던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를 재개했다. 총 289만㎡ 규모인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꼽힌다. 지난 2017년 P1을 시작으로 현재 P4 일부까지 가동 중이며, 이번 P5를 비롯해 P4 1c D램 전환이 이뤄진다. 

SK하이닉도 용인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2027년 상반기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이다. 시장에선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사이클 정점인 2027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그간 시장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던 '공급 과잉 우려'도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AI 고도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자 우위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메모리 현물가격 급등은 공급 부족의 강도에 이어 장기화로 들어섰다"며 "구조적 공급자 우위 사이클에서 메모리 업황은 거시 경제의 흐름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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