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인상에도 가격 동결 전략 유지…1~9월 548만대 판매
관세 부담 넘고 '체급' 유지…글로벌 시장 내 브랜드 경쟁력 재확인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 3위를 지켜낼 전망이다. 미국발 고율 관세 압박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주요 시장 방어와 전략적 가격 동결, 제품 믹스 전략이 체급 유지에 힘을 보태며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548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토요타그룹(835만 대), 폭스바겐그룹(660만 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로, 4위 GM그룹(455만 대)과는 100만 대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2022년 글로벌 완성차 톱3에 처음 진입한 이후 4년 연속 순위 유지가 확실시된다.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가 고율 관세라는 악재 속에서도 판매 체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가격 전략이 꼽힌다. 양사는 미국의 관세율이 0%에서 25%로 급등했음에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전면 흡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단기적으로 수익성에는 부담이 됐지만,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며 수요 위축을 막아 브랜드 입지를 오히려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올해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48만175대를 판매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26만538대로 12.7% 늘었고, 기아는 21만9637대로 11.1% 증가했다. 

다만 가격 동결 전략의 대가도 컸다.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만 약 3조 원대의 관세 비용을 떠안았다. 양사 합산 매출은 75조4075억 원으로 8.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관세 부담 영향으로 37.4% 감소한 3조9995억 원에 그쳤다.

SUV 중심의 수요 강세도 현대차·기아의 판매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주력 차종인 중대형 SUV 경쟁력이 유지되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일부 상쇄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지역 맞춤형 라인업 전략이 재고 부담 완화와 판매 흐름 안정에 도움이 됐다. 전기차 성장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비중을 탄력적으로 확대하며 수익성을 방어한 점도 한몫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 밸런스를 맞춘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한편 11월 1일부로 미국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소급 인하되면서 업계의 부담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에서 전략적 투자 법안을 위한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11월 1일부터 15%로 인하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러트닉 장관의 성명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위기를 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엔비디아와 약 4조3000억 원(30억 달러) 규모의 피지컬 AI 공동 투자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 장을 확보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제조·개발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직전 5년 대비 36조1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이 중 50조5000억 원은 AI·로봇·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관세 폭탄이라는 최악의 악재 속에서도 글로벌 3위를 지켜낸 것은 기본적인 제품 경쟁력과 상황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피지컬 AI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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