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DPP 의무화 임박…가이드라인 발표 관건
의류 생애주기 정보 공개…산업구조 변화 예고
정부, 의류환경협의체 가동…업계 지원 나서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유럽연합(EU)의 DPP(디지털 제품 여권) 의무화가 다가오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들 중에서는 자체 브랜드 강화와 내부 시스템 정비라는 복수 전략을 동시에 택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DPP 대응 완료'라기보다는 여전히 '준비·검토 단계'라는 점이 현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로고(위)와 한섬 로고./사진=각 사 제공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27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섬유·의류 제품에는 DPP 적용이 의무화할 방침이다. EU는 DPP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 유럽 시장 진입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내부 데이터 관리 집중, 자체 브랜드 강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 수년간 코텔로, 샌드사운드, 디 애퍼처 등 자체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해 왔다. 이는 과거 수입 브랜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 중심 포트폴리오로 무게를 옮기는 전략이다.

자체 브랜드 위주 구조는 공급망과 생산 과정을 자사 중심으로 통제할 여지가 커서 만약 DPP 데이터 추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일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이 할 수 있는 것은 DPP 규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내부적으로 어떤 정보 항목이 나올지 검토하는 단계다.

한섬은 최근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 온라인 판매 확대, 유통 채널 다각화 등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같은 물류 및 유통 효율화 투자는 당장이 수요 대응과 비용 절감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다만 한섬은 별도 전용 시스템 구축 완료가 아닌 '기존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풀이된다. 특히 한섬이 취급하는 해외 수입 브랜드 품목은 공급망 추적·원자재 이력 확보가 복잡해서 자체 브랜드 중심이 아닌 유통 혼합 구조에서는 DDP 대응이 더 까다롭다. 

한섬 관계자는 "국내 관련 법규도 마련되지 않은 만큼 EU와 국내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면 그때부터 대응 방향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명확한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이를 돕기 위해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의류환경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국내 의류산업 지속가능성 확보와 국제 규제 대응을 위한 민관 공동 논의체다.

출범회의에서는 주요국의 의류 관련 규제 동향과 국내외 의류 재활용기술 현황을 점검한 후 의류 환경협의체에서 논의할 과제를 설정했다. 재고의류, DPP, 재활용 등 3개 분과로 구성된 협의체는 현재까지 2차 회의를 마쳤다. 연내 3차 회의 후 2026년까지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EU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과 대응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DPP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이며, 결국 누구나 준비해야 한다”며 “기준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기업들의 대응 속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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