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만기 몰리며 은행권 수신 경쟁 재점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자취를 감췄던 주요 은행의 3%대 예금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데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를 반영해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정기예금 잔액도 한 달 사이 6조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 자취를 감췄던 주요 은행의 3%대 예금이 다시 등장했다./사진=김상문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71조9897억원으로, 전월(965조5689억원) 대비 6조4208억원 증가했다. 9월 말(950조715억원)과 비교했을 때 두 달 사이 21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예금 잔액이 불어난 것은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주요 은행의 예금 최고금리는 약 6개월 만에 연 3%대로 다시 올라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6~3.1%로 집계됐다. 10월 21일(연 2.55~2.6%)과 비교해 금리 상·하단 모두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7일 '신한my플러스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2.80%에서 3.10%로 0.3%포인트(p) 높였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14일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연 2.8%에서 3.0%로 높였다. 국민은행은 최근 판매금액에 따라 차등 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3.0%까지 주는 '2025-1차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예금금리가 오른 것은 시장금리 상승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조달금리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8월14일 2.498%에서 지난달 28일 2.863%까지 상승했다. 여기다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도 한몫했다. 특히 4분기에는 2022년 말 출시된 5%대 정기예금의 3년 만기 상품이 대거 만기를 맞는다.

은행 관계자는 "4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해지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고객들이 다시 예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고금리 상품 만기가 돌아오는 연말에는 수신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은행 간 금리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금리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연초까지 3%대 예금 경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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