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외계 홍어의 침입이라는 기발한 설정인 '홍어의 역습'은 고(故) 김수미 배우의 마지막 코미디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흑산도에 외계 생명체가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홍어의 역습'은 홍어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은 본래 거주하던 ‘H-9’ 행성이 생존에 적합하지 않게 되자, 새로운 거주지로 지구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원래 살던 행성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영화는 그 이유가 환경오염에 있다고 제시한다. “지금 우리 행성은 연간 수억 톤의 생활 폐기물로 더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라는 대장 홍어의 대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행성의 자료 화면을 통해, 쓰레기 축적과 오염으로 황폐해진 H-9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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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김수미의 마지막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홍어의 역습'./사진=시네마 뉴원 제공 |
이러한 환경 문제로 인해 홍어 외계인들은 조상들이 지구에서 살았다는 전설을 근거로 지구를 탐사 대상으로 결정한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소수의 선발대가 먼저 파견되고, 탐사 결과에 따라 H-9에 남아 있는 구성원을 데려와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 세워진다. “기다려라, 푸른 행성”이라는 대사는 지구 정착을 향한 이들의 결의를 보여준다.
외계 홍어들은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 흑산도에 불시착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배경지이자 ‘흑산도 참홍어’로 유명한 흑산도는 오랫동안 홍어의 본고장으로 자리해 왔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어획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영화 속 어부들이 홍어를 보고 “풍년이야, 풍년!”, “오늘 진짜 횡재했네”라고 외치는 장면은, 어획량이 급감한 흑산도의 현실을 반영한다. 바다 수온 상승으로 전통 산지였던 흑산도의 어획량은 최근 5년 간 70% 이상 감소했고, 이제는 전북 어청도 인근까지 이동해야 할 정도로 어장이 바뀌고 있다. 흑산수협 집계에 따르면 연근해 홍어 어획량이 2020년 1190톤에서 2024년 417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환경오염을 피해 고향을 떠났던 외계 홍어들이 기후 위기를 겪는 흑산도에 도착하게 된 설정은 작품의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룬 '홍어의 역습'은 직관적이고 재치 넘치는 뮤직 예고편을 함께 공개했다.
오프닝에 밴드를 꾸려 나온 외계 홍어들의 비장한 표정은 어떻게 이 생명체들이 지구를 정복할 지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린다. 이어 환경오염으로 인해 폐허가 된 행성을 보며 슬퍼하는 홍어들이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인간을 연구하는 장면은 본격적인 대격돌을 예고한다. 하지만 홍어와 닮은 외견으로 인해 ‘홍할매’(故 김수미 분)의 손아귀에 들어간 외계 홍어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 극 중 홍어를 물리치기 위해 기타 연주를 하는 ‘진수’ (이선정 분)와 우주선에서 격정적으로 퍼포먼스를 이어가는 외계 홍어들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색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맞붙은 외계 홍어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대적을 하며 영화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야기하고, 우주를 배회하는 우주선의 뒷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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