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선 10대 브랜드 적용…내년 상반기 계도
업계 "한 마리는 명확하지만 부위 메뉴는 난감"
치킨만 선택적 규제?…업계 형평성 문제 제기도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만 슬그머니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 논란의 중심에 선 치킨업계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소비자들의 "치킨이 작아졌다"는 불만이 빗발치자, 정부가 이달 15일부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에 '조리 전 중량'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왜 치킨만 잡느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현실적 적용 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 챗GPT 생성 이미지./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3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BHC·BBQ치킨·교촌치킨 등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소속 약 1만2560개 가맹점에 조리 전 총중량 의무 표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메뉴·배달앱 가격 옆에 ‘조리 전 총중량(g)’ 또는 ‘호(號) 단위’ 정보를 함께 적도록 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치킨업계는 일단 “정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는 수용 기류를 보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조리 후가 아닌 조리 전 중량을 표기하는 방식이라 현실성이 높다”며 “정책 방향이 정해진 만큼 계도 기간 동안 기준에 맞춰 대부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봤을때 중량 표시에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한 마리 치킨처럼 기준 설정이 비교적 명확한 메뉴와 달리 콤보·윙·닭다리 등 특정 부위 메뉴는 손질 방식과 부위 특성에 따라 중량 편차가 발생할 수 있어 표시 방식에 다소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가격 대비 양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게 되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같은 ‘한 마리’ 가격이라도 조리 전 중량이 수치로 제시되면, 브랜드별 양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량 변경 없이 가격만 올리는 ‘숨겨진 인상’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가성비 판단이 보다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해나 불만이 줄어들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 교촌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교촌은 이미 ‘윙·스틱·콤보’ 등 부위 표기가 정착된 브랜드다. 이번 제도 시행이 '이미 해오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얘기다. 조리 전 중량 표기도 기존 홈페이지와 배달앱 내에 명시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매장 운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한 기준이 마련되면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고 현장 혼선도 최소화될 것”이라면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이 설정되면 오히려 운영 부담만 커질 수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보쌈이나 족발, 베이커리 같은 다른 외식업종은 중량을 따지지 않는데 치킨만 이렇게 강제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의 ‘상징’으로 치킨을 우선 겨냥한 조치지만, 규제가 특정 업종에 쏠려 있다는 불만이다. 

정부는 “중량표시제 도입이 소규모 가맹점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개선점을 지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내년부터 분기마다 BHC·BBQ·교촌·처갓집·굽네 등 주요 브랜드를 표본 구매해 중량·가격 비교 데이터를 공개하고,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 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킨 브랜드 수가 매우 많은데, 제한된 업체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 부족함이 있다"며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체 업계가 동일하게 고려되지 못한 점은 아쉽고 보다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