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저신용자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우대금리 혜택을 저신용자에게 우선 제공한 것인데, 한 은행에서는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도 저신용자에게 최대 3.2%포인트(p) 이상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저신용자 금리가 연 3.6%대에 불과한 곳도 포착됐는데, 4%대에 달하는 고신용자와 큰 괴리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포용금융 주문이 대출금리에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02~4.38%로 전달 연 4.00~4.42% 대비 금리 상단이 하락했다. 은행에 따라 금리가 상승한 곳도 있었는데, KB국민은행이 연 4.00%에서 4.02%로, 우리은행이 4.17%에서 4.26%로, 하나은행이 4.12%에서 4.22%로 각각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은 4.42%에서 4.35%로, 신한은행은 전달에 이어 10월에도 연 4.38%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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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저신용자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우대금리 혜택을 저신용자에게 우선 제공한 것인데, 한 은행에서는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도 저신용자에게 최대 3.2%포인트(p) 이상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저신용자 금리가 연 3.6%대에 불과한 곳도 포착됐는데, 4%대에 달하는 고신용자와 큰 괴리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포용금융 주문이 대출금리에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문제는 금리 변동을 막론하고 고신용자 금리가 일제히 인상된 반면, 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우대혜택을 누렸다는 점이다. 신용점수 1000~951점(KCB기준)의 가계대출 금리는 △KB국민 3.89→3.96% △신한 4.11→4.23% △하나 4.07→4.16% △우리 4.09→4.16% △NH농협 4.25→4.19%를 각각 기록했다. NH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최고신용자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1000~801점까지 대출금리를 일괄 인상한 반면, 800점 이하부터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800~751점 대출자 금리를 4.58%에서 4.46%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650~601점 7.32→5.12% △600점 이하 8.53→5.27%로 각각 인하했다. 600점 이하 최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약 3.2%p 이상 대폭 인하해준 것이다.
신한은행은 1000~651점까지 대출금리를 일괄 인상한 반면, 저신용자인 650점 이하부터 일괄 인하했다. △650~601점 7.72→7.56% △600점 이하 7.49→5.48%를 각각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1000~601점의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도 600점 이하만 금리를 감면했다. 특히 700~651점 금리는 4.86%에서 5.31%로 약 0.45%p 급등한 반면, 600점 이하에서는 7.02%에서 6.45%로 약 0.57%p 하락해 괴리가 컸다.
농협은행은 1000~801점의 고신용자, 중신용자 대출금리를 일괄 인하했는데, 이후 800~751점에서 금리를 4.88%에서 5.07%로 인상했다. 하지만 750~601점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비교군 중 유일하게 전 구간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왜곡은 주담대에서도 두드러졌다. 분할상환방식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9월 연 4.02~4.30%에서 10월 4.12~4.47%로 상하단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신용점수별로는 상황이 제각각이었다. 우선 1000~951점의 주담대 금리는 △국민 4.01→4.10% △신한 4.05→4.14% △하나 4.05→4.15% △우리 4.12→4.19% △농협 4.25→4.44%로 전달 대비 일괄 상승했다.
반면 600점 이하의 주담대 금리는 △국민 4.90→4.80% △신한 4.37→3.67% △하나 3.97→4.25% △우리 4.51→4.59% △농협 4.62→4.93%를 기록해 은행별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신한은행의 600점 이하 주담대 금리는 신용점수 1000점의 고신용자보다 약 0.47%p 낮아 왜곡이 두드러졌다.
그 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도 일부 은행에서 저신용자들의 금리가 더 낮았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의 경우 1000~951점 대출자들의 대출금리는 연 4.10%였는데, 600점 이하 금리는 연 4.09%에 불과해 전 구간 중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도 1000~951점 대출금리가 4.58%에 달한 반면, 650~601점 3.48%, 600점 이하 3.44% 등 저신용자 금리가 전 구간 중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도 600점 이하 금리가 4.83%에 불과해 1000~951점 4.69%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이 1000~951점에 4.56%, 600점 이하에 13.65%의 금리를 각각 책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 발언 이후 은행들이 일제히 저신용자를 중점적으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초저금리로 대출받는 고신용자들에게 0.1%만이라도 이자 부담을 더 시키고, 그중 일부로 금융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싸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냐"고 발언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고신용자의 대출부담이 확대되고 저신용자는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이와 함께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대출이 금리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 정부가 집권하면서 은행권의 하반기 서민금융대출 우대금리가 일괄 상향된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9월 15일 새희망홀씨 상단 금리를 10.5%에서 9.5%로 인하했고, 26일에는 대고객 금리를 1%p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7월 1%p, 9월 1.8%p 각각 내렸다. 하나은행도 9월 0.1%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 우대금리를 0.3%p 더 제공했으며, 성실상환자에게 최대 3%p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한편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오는 2030년까지 총 508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생산적금융을 발표했다. 그 중 67조∼72조원의 재원을 포용금융에 투입할 예정이다. 지주별로 △KB금융 17조원 △신한금융 12조∼17조원 △하나금융 16조원 △우리금융 7조원 △농협금융 15조원 등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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