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이 구조조정 압박과 외형 확장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며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국제선 노선이 재배분되고, 아시아나의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LCC들은 글로벌 제휴·중장거리 노선 확대 등 ‘중형항공사 도약’을 향한 체급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LCC 시장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 조건에 따라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 노선에 대한 재배분 절차에 착수했으며, 이 노선을 확보하는 항공사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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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웨이항공 항공기./사진=티웨이항공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제선 6개 노선에 대해 이관 신청을 받았다. 대상 노선은 △인천-괌 △부산-괌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런던 △인천-자카르타 등이다. 이 중 인천-괌, 부산-괌 등 2개 노선에는 항공사가 입찰 신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카르타 노선은 단순 수익성 이상의 상징성이 커 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이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슬롯 배분과 운수권 조정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LCC들의 외형 확장도 가속 중이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주요 항공사는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 회복에 맞춰 중거리 노선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A330 등 중대형 기재를 도입해 기단 체급을 키우고 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사 통합이 병행되면서 규모 효율을 바탕으로 한 노선 최적화도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저가 항공사' 이미지를 넘어 노선 다변화·기재 확충·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중형 네트워크 항공사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급 확대가 이어지며 과당경쟁, 비용 부담, 노선 재조정 필요 등 재편에 수반되는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스타얼라이언스의 한국 시장 구도 변화도 LCC들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아시아나항공의 탈퇴 이후 한국 노선 연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국내 LCC가 직접 가입을 논의하거나 접촉을 진행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동맹 측이 한국 시장 공백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LCC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테오 파나지오툴리아스 스타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아시아나 탈퇴 이후에도 “회원사 16곳이 한국 노선에 취항하고 있어 시장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루프트한자·싱가포르항공·전일본공수(ANA) 등 25개 항공사가 속한 세계 최대 항공 연합체로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LCC 회원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만약 국내 LCC가 향후 동맹 참여까지 추진하게 될 경우 △마일리지 공유 △라운지 서비스 △체크인·수하물 연결 등 이용자 편익이 확대되고, 글로벌 네트워크 접근성을 기반으로 중장거리 노선 확장이 용이해지는 등 시장 구조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 탈퇴와 국제선 재배분, LCC 통합·확장 움직임이 맞물리며 국내 항공시장이 '새로운 체급 경쟁 구도'로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의 글로벌 항공동맹 참여 논의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이지만, LCC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몸집 키우기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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