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인력 고령화와 강화된 안전 규제가 맞물리며 건설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반복·고위험 작업을 중심으로 자동화·원격화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며 현장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공 체계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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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건설사들이 인력 고령화와 강화된 안전 규제로 현장 부담이 커지자 자동화·원격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세종~안성고속도로 3공구 터널 공사에 철근 양중 자동화 리프트를 적용했다. 양중리프트는 근로자가 철근 옆에서 직접 작업하지 않아도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자재를 운반할 수 있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도로공사 발주 터널에서 작업대차 일체형 양중 장비가 도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내륙의 원격조종실에서 실시간으로 장비 조종이 가능한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에 성공하며, 자동화·원격화 기술 개발 선두에 섰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원격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에 성공하고 올해 인천 청라 현장 등에서 자율주행 자재 운반 로봇을 선보였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위험 공정 자동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는 인력난이 꼽힌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따르면 재직 건설기술인의 평균연령은 지난 2004년 38.1세에서 올해 2월 기준 51.9세로 20년간 약 14세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비중은 11.2%에서 59.9%로 크게 늘어난 반면, 20~30대는 63.8%에서 15.0%까지 줄었다. 신규 인력은 줄고 그나마 있는 인력도 고령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화된 안전 규제도 자동화 도입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은 위험요소 제거 또는 근로자 접근 최소화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굴착·천공·타설 등 중량 자재가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동일 동작이 반복되는 터널 공정은 사고 발생 여지가 높아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에서 자동화·원격화를 통한 리스크 저감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인력난과 규제 압박 속에서 현장의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발주 제도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공사의 공사비는 공정별 인력 투입 단가와 장비 사용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표준품셈 체계를 따른다. 자동화·원격화 적용으로 공정 구조가 바뀌어도 인력 중심 산정 구조가 유지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수록 경제성이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기술 발전과 함께 발주 제도의 개편이 병행돼야 기술 전환이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터널 특화 자동화 장비에 대한 별도 품셈 신설 △자동화·원격화 비용의 공사비 항목화 △신기술 검증 패스트트랙 도입 등을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자동화 흐름은 장비 교체가 아니라 시공 프로세스 자체가 전환되는 초입 단계”라며 “제도와 대가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기술 전환은 일부 현장에만 머무르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과 안전 수준 개선도 제자리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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