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HD현대 사업재편안 제출
여수는 LG화학·GS칼텍스 논의 지속…울산은 S-OIL ‘변수’
정부의 강한 의지와 석화특별법 통과로 논의 속도 날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 계획안 제출 기한이 한 달도 남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산 산업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먼저 움직인 가운데 여수와 울산에서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출 기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고, 석화특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한 만큼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 계획안 제출 기한이 한 달도 남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 NCC 전경./사진=LG화학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GS칼텍스는 여수 산단에 있는 NCC를 통합 운영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이견이 있는 상태지만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곧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LG화학은 여수에 연산 120만 톤과 80만 톤의 NCC를 운영 중이며, GS칼텍스는 연산 90만 톤 규모의 NCC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 통합이 성사되면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연산 120만 톤 규모의 LG화학 NCC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수 산단 내 여천NCC도 3공장 폐쇄를 통해 에틸렌 생산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3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47만 톤으로, 기존 생산능력 약 230만 톤에서 약 180만 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천NCC의 공동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합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재편안을 곧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가장 먼저 제출했다. 사업재편안을 보면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다. 

울산 산단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NCC 통합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NCC를 대한유화에 넘기고, SK에너지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내년 준공 앞둔 S-OIL의 샤힌프로젝트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샤힌프로젝트는 울산 산단에 위치한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단지로, 연간 180만 톤 규모의 에틸렌이 생산된다. S-OIL은 샤힌프로젝트에 대해 감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S-OIL이 고효율 설비를 통해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원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 산단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S-OIL의 샤힌프로젝트는 사업재편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남 여수시 LG화학에서 현장점검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제공


◆연말이 ‘데드라인’…석화특별법 통과로 사업재편 탄력 기대

업계에서는 정부가 데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했고, 석화특별법(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기업들이 사업재편 계획을 서둘러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사업재편 계획안 제출 기한에 대해 연말까지로 못 박았으며, 이 기간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장관의 이 발언으로 인해 석유화학기업들은 실제로 사업재편안 마련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화특별법을 통해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해당 법안에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허가 절차 통합·간소화  △사업재편계획 수립 및 이행을 위한 정보교환 허용 △기업결합 심사기간 단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한 R&D 지원 △정책자금 지원을 포함한 재정·금융 지원 등도 포함됐다.

업계 내에서는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정부가 설정한 감축 목표도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산 산단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통합으로 연간 110만 톤의 에틸렌 생산 감축이 예상된다. 여수 산단에서 여천NCC 47만 톤과 LG화학·GS칼텍스의 감축으로 120만 톤을 합쳐지면 총 277만 톤의 감축이 가능하다. 

여기에 울산 산단과 다른 기업들의 사업재편 계획까지 반영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전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감축 목표로 연간 에틸렌 생산량 270만~370만 톤을 제시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연말까지는 무조건 사업재편안을 제출하겠다는 목표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석화특별법에 대해 일부 아쉬움은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재편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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