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보이스톡 허용 매우 적절
카카오가 카톡에 이어 보이스톡으로 큰 일을 내려고 하고 있다. 카카오의 성과를 이쯤에서 한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카카오의 성공과 실패는 한국 모바일 산업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국내 시장에 머물고 말 것인지를 진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부담스런 통신비로 인해 태어난 것이라고할 수 있다. 가장 비싼 통신비를 내는 국내 환경 속에서 카톡은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필수품화된 휴대폰의 이용료에 짜증을 느끼기 시작한 전 세계의 이용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것이다.
한국의 통신사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대중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이용해 먹을 수는 없다. 어느 나라의 대기업이든 대중을 이길 수는 없다. 모토롤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폰의 투자이익은 그 회사가 구글에 인수됨으로써 사실상 환수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의 통신사들이 최초 개발자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통신사들이 통신망과 휴대폰 기술을 깔고 앉아 ‘대동강 물 팔아먹기’로 버티기에는 정말 한계가 왔으므로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한국 통신사들이 요금 올리고 문어발식 경영을 한 것 말고는 무슨 획기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한 게 없다.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것은 방만한 경영과 안이한 개발 마인드를 감추고 벤처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카톡은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탄생한 귀중한 한국의 새싹이다. 카카오는 그들이 하기에 따라서 글로벌 모바일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으로 보인다.
이번에 LG유플러스가 보이스톡을 허용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LG유플러스는 현재와 같은 3사의 구도 속에서는 만년 3위의 굴레를 벗어나기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고객에게 3위의 브랜드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식이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고객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지금 이때 뒤집어야 한다.
기존의 판을 뒤집으려면 두 가지의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한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가 만들어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벌써 고객들이 LG유플러스의 선택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만년 3위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날 호기이다.
둘째, 기존 강자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카카오가 카톡으로 판도를 뒤엎고 있다. 지금 ICT산업 단계로 보면 큰 기술은 나오지 않고 설사 나온다고 해도 수익으로 연결되기는 당분간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서비스에서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바야흐로 기술 경쟁 시대에서 서비스 경쟁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왔을 때 가져온 것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서비스였다. 그의 아이 시리즈는 서비스의 혁신이었다. 페이스북도 기술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이 놓치고 있던 서비스를 발견했다.
카톡도 무료 문자 서비스에 이어 무료 통화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모두 고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기존 기업들을 인수하며 우수인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기술이 서비스를 음지에서 도와주는 모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SKT와 KT, LG유플러스도 이번 일을 계기로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지 말고 창조적 서비스 경쟁에 나서서, 글로벌로 판을 키우는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 관리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통신사들이 신 사업이라고 해서 콘텐츠 플랫폼을 노리는 모양인데, 통신 분야에서 창조적 DNA를 보여주지 못한 기업이 창조성을 핵심기반으로 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을 한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
콘텐츠 사업으로의 변신에는 유명한 두 사례가 있다. 소니와 애플이 그들이다. 소니는 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었으나 콘텐츠 사업에서는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범생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본래의 전자 분야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애플 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애플은 아이폰 성공을 계기로 다시 원래의 제조업으로 변신하려고 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게임에서는 제조업의 최강자인 삼성에게 맞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IBM의 변신이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 통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인다. 애플과 소니처럼 전혀 다른 분야로 전업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크고 IBM처럼 인근 영역으로 변신은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가 콘텐츠 플랫폼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콘텐츠 사업은 겉보기는 화려해 보이지만 엄청난 창조력과 수고를 요구하는 반면에 수익률은 낮다. 한 작품의 성공을 놓고 보면 엄청난 수익률을 낸 것 같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대규모와 대자본의 이점이 통하지 않는 창조산업이고, 또한 새로운 진입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이미 큰 사업으로 돈을 번 대기업들이 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서 맨주먹으로 픽사에서 성공을 했고 그 성공 경험을 콘텐츠 사업에 접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내 콘텐츠 사업의 한계를 알고 다시 제조업으로 변신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신사들이 새로운 변신을 꾀하려면 창조적이고 도전하는 DNA를 가진 경영진과 간부들로 교체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카카오는 무료 시리즈로 일단 성공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익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연말까지 기다려달라는 CEO의 언급이 있었다. 우리 모두 그들의 행보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 오늘날 삼성과 현대, LG 등 한국의 글로벌기업들은 한국인들이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카카오에게도 같은 분량만큼의 지지를 보내야 공평하지 않은가.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