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아트컴퍼니 '제(祭), 타오르는 삶' 유럽 투어...체코 관객들의 전석 기립 속 성료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매료시키고 있는 한국의 무대 예술이 중세 건축의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체코 프라하를 뜨겁게 달궜다.

주체코한국대사관(문화홍보관)과 99아트컴퍼니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하는 ‘투어링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제(祭), 타오르는 삶'이 2025년 12월 2일(화), 체코 프라하 ARCHA+ 극장에서 개최되어 관객들의 전석 기립 속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공연은 안도라,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를 거쳐 체코 프라하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유럽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로, 한국의 전통춤과 음악을 현대적 제의의 언어로 재해석한 예술적 시도가 돋보이며 현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 지난 2일 열린 99아트컴퍼니의 '제(祭), 타오르는 삶' 프라하 공연 모습./사진=주체코한국대사관 제공


35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절제된 움직임과 강렬한 몸짓, 가야금과 거문고의 깊이 있는 음색, 그리고 향과 불, 연기가 어우러진 무대에 몰입하며 숨죽인 집중을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한국 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체코에서 보기 어려웠던 한국무용이라 더욱 인상 깊었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대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제(祭), 타오르는 삶'은 구약 성서의 ‘번제(Burnt Offering)’ 개념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인간이 삶과 시간을 ‘태워’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예술적 의식으로 풀어낸다. 번제가 단순히 제물을 바치는 행위가 아닌, 태움을 통해 향기를 올려드리는 제사이듯, 작품은 노동과 헌신 속에서도 헛되지 않은 인간의 삶을 현대 사회의 ‘제의(祭儀)’로 재해석한다.

2019년 스웨덴 스코네스댄스시어터(Skånes Dansteater) 초연 이후, 작품은 드로잉·음악·향을 매개로 시각, 청각, 후각을 결합한 다감각적 예술언어로 발전해왔다. 이번 프라하 무대에서도 목탄 드로잉, 현악기 연주, 숨소리와 언어가 교차하며 인간 존재의 숭고함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했다.

   
▲ 지난 2일 열린 99아트컴퍼니의 '제(祭), 타오르는 삶' 프라하 공연이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로 마무리됐다./사진=주체코한국대사관 제공


이 작품은 서울문화재단 주관 제2회 서울예술상(서울문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국내외에서 예술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인정받아 왔다. 99아트컴퍼니는 이번 유럽 투어를 통해 한국음악과 전통춤의 미학적 감각을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14년 창단된 99아트컴퍼니는 안무가 장혜림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의 고유성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영혼에 울림을 주는 춤’을 추구해왔다. 전통을 고정된 형식이 아닌 변화와 발전이 가능한 예술로 바라보며, ‘한국춤과 컨템포러리 예술’의 방향 아래 진정성 있는 무용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현성 주체코문화홍보관은 “이번 공연은 한국의 전통예술이 지닌 철학과 정신성이 체코 관객에게 예술적으로 전달된 뜻깊은 자리였다”며, “감정의 표현이 인색한 편인 체코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은 한국무용의 현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 이었다며 “예술을 통해 두 나라가 감성과 문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