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한∙일 대미투자금, 미국 내 원전건설에 투입"
용량 400GW까지 확대…'원전 강자' 국내 4대 건설사, 수주 '풍년' 예고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시공능력평가 순위 4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가 '미국발 원전 특수'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규모 예산을 우선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원전 기술력을 갖춘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가 2019년 가동 중단되기 전 모습.원전 운영 업체 측은 폐쇄했던 원전 1호기를 2027년부터 재가동할 계획이다./사진=콘스텔레이션에너지

◆ 미국, 원전 생태계 복원 청사진…"韓∙日 자금, 원전부터 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미국 내 인프라 조성을 위해 7500억 달러의 현금을 제안했다"며 "우리는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일본 5500억 달러, 한국 2000억 달러(총 3500억 달러 중 조선 협력분 제외) 등 양국의 투자액 상당 부분이 원전 프로젝트에 우선 투입될 것이란 의미다. 미국·일본 간 투자 MOU에서도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이 구체적 투자처로 명시된 만큼, 미국 내 원전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1GW 이상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고,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원전 건설 가속화,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 4건에 서명하며 원전 생태계 복원을 공식화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40여 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자체 시공·기자재 등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업계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와 설계의 경우 현지 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 외 부분은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한미 협약에서 한국 기업에 '수주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원전 기술력 보유' 4대 건설사, 미국發 훈풍에 수주 기대감↑ 

국내 기업 가운데에서는 현대건설이 가장 유력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고리 1호기부터 UAE 바라카 원전까지 약 50년에 걸쳐 축적한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미시간주의 SMR 개발사업과 관련해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약 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마이클 쿤 전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원전 사업 확대 기반을 강화했다. 

대우건설 역시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을 '팀코리아' 컨소시엄으로 수주하는 등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설계·시공뿐 아니라 유지보수·해체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원전 역량을 갖춰 미국의 대형 원전·SMR 프로젝트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SMR 분야 협력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일본 IHI사와 함께 핵심 구조물 모듈화를 실증한 데 이어 루마니아·스웨덴·에스토니아 등과 SMR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의 SMR 전문기업 엑스에너지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부터 엑스에너지에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엑스에너지는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SMR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원전 붐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원전주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보다 4.53% 급등한 7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한전기술 등 원전 테마주 전반도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감을 반영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원전 기대가 주가를 견인한 한 해였다면 내년에는 수주와 착공과 같은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원전, SMR은 중장기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분야"라며 "미국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한국 기업의 우수한 원전 기술력이 맞물리면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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