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 현장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안전관리 체계가 여전히 서류 검증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환경이 복잡해지고 공정이 다단계화되고 있음에도 안전관리는 여전히 점검표·서류·서명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리(監理)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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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업계는 서류 중심 점검이 현장의 위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리·시공이 함께 대응하는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5일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발생한 사고는 총 4401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사망자 발생 사고는 143건이다. 사망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87건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는 사고 감소 정체의 배경으로 현행 안전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현재 안전점검 체계는 작성된 점검표, 서명 여부, 제출 문서의 완결성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실제 위험이 발생하는 현장의 역동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 확인’에 머무르면서 위험요인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리와 시공의 역할 구분 역시 관리 공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감리제도는 감독·검토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위험요인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직접 조정하거나 시공자와 협력해 즉시 대응하기 어렵다.
반면 시공자는 사고 발생의 일차적 책임을 부담하지만 감리의 지침과 승인 절차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어 위험 대응 과정에서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 같은 이원화된 책임 구조는 공정이 복잡해지고 공종이 다양해지는 대규모 현장에서 대응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시공자-감리자 상호 협력적 업무 수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제언’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분리된 역할 체계로는 복합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서 중심의 감독 위주 감리 체계가 신속한 위험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제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또 위험 발견부터 조치, 사후 평가까지 이어지는 통합 의사결정 구조가 부재하다는 점이 한계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 유형 역시 이 같은 문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전체 사고 4401건 가운데 상당수가 넘어짐, 부딪힘, 물체 충돌과 같은 저강도·고빈도 사고로 분류됐다.
이들 사고는 작업공간 배치, 장비 이동 동선, 공정 간 간섭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단순한 문서 점검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위험요인을 현장에서 즉시 식별하고 조치할 수 있는 체계가 작동해야 관리 효율이 확보되지만, 현재 시스템은 서류 구비 여부가 관리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신속한 대응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업계는 감리와 시공이 위험요인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협력형 감리체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존의 서류 중심 감리에서 벗어나 위험 발견·대응·평가가 하나의 체계로 이어지는 ‘통합형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위험 기반 체크리스트 도입 △실시간 조정 프로세스 구축 등을 꼽았다. 이를 통해 공정별 위험도를 기준으로 점검 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위험요인 확인 시 작업 방식·장비 배치·공정 순서를 즉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류 정합성 여부가 안전관리의 핵심 지표로 기능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위험의 실시간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판단과 즉각적인 조정 권한이 강화된 통합형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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