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고비용·재무여력 한계 겹쳐…LCC는 수익 확보가 우선
정부 유인책도 설계 초기…2027년 의무화까지 시간 부족 우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토교통부가 국내 출발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의무화한다. 하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입장에서는 대응 체계 마련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단가가 크게 높아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 있는 데다 최근 LCC 간 출혈경쟁으로 비용 압박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유에 SAF 1% 혼합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국내 대응 체계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2050년까지 항공기 탄소배출 50% 감축 등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폐식용유·동물성 지방·농업 잔재물 등을 이용해 생산되는 SAF가 기존 항공유와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글로벌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전략 핵심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도 지난 9월 ‘SAF 혼합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유에 최소 1%의 SAF 혼합을 의무화했다. 혼합 비율은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LCC는 추가적인 SAF 도입 관련 계획이나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티웨이·이스타·제주항공이 각각 인천∼기타큐슈, 인천∼간사이, 인천∼후쿠오카 노선 등에 1% SAF 혼합유를 적용한 사례가 있지만 이후 적용 확대나 중장기 계획은 사실상 ‘정체’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SAF의 높은 비용과 LCC의 낮은 재무여력 때문으로 분석한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싸 도입 비용 부담이 크다. 게다가 LCC의 실적 부진과 리스 중심의 재무 구조가 겹쳐 지속적인 도입이나 장기 계획 수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LCC 4곳은 올해 3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550억 원, 티웨이항공 955억 원, 진에어 224억 원, 에어부산 2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전환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단거리 중심의 사업 구조로 인해 치열한 운임 경쟁이 이어지는 LCC들은 당장의 수익 확보를 위해 신규 노선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SAF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수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만큼 대응 체계 마련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도 △SAF 반영 비중에 따른 운수권 배분 가산점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등 유인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직 제도 설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2027년 의무화 시점까지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LCC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와 SAF 추가 비용 부담이 겹칠 경우 재무여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AF 도입이 국제 항공시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LCC들의 현재 재무 구조와 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도입 비중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2027년 이후 SAF 비용 부담이 LCC의 재무 안정성에 직접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인센티브의 현실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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